등잔 밑 어두운 ‘지하경제 양성화’

등잔 밑 어두운 ‘지하경제 양성화’

입력 2014-04-23 00:00
수정 2014-04-2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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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카드게임 “칩 거래… 딴 돈 파악 안돼” 비과세 여전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세수 부족에 대처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사행산업에 대한 과세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역외 탈세 근절,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등잔 밑은 어두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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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22일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으로 딴 돈에는 세금이 붙는데 바카라·룰렛·블랙잭 등 테이블 게임에서 얻은 이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 문제로 보인다”면서 “사행산업의 과세 방식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슬롯머신을 이용해 500만원이 넘는 당첨금품을 받으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3억 초과분 30%)의 세금이 붙는다. 소득세액의 10%인 주민세를 포함하면 총 22%(3억원 초과분은 33%)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포커·룰렛·블랙잭·바카라 등 테이블 게임은 얼마를 따든지 세금이 없다. 소득세법에 카지노 카드게임에 대한 과세기준이 없어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슬롯머신은 당첨금을 줄 때 세금을 떼면 된다”면서 “하지만 카드게임은 돈을 칩으로 바꿔 카드게임을 하고 난 뒤에 칩을 다시 돈으로 바꾸기 때문에, 얼마나 돈을 땄는지 알 수 없어 과세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경마·경륜·스포츠 토토 등도 10만원 이하를 걸고, 배당률이 100배 이하이면 세금이 없다. 10만원을 걸어서 1000만원을 따도 세금은 ‘0원’이다. 반면 로또는 5만원이 넘는 당첨금에 대해 22%(3억원 초과는 33%·주민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된다.

경마·경륜·스포츠 토토도 1995년까지는 배당률이 50배를 넘으면 세금을 부과했지만 1996년부터 100배로 높였다. 비과세 범위를 두 배로 확대한 것이지만 정부도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소득세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법에는 세금을 부과할 대상을 열거하는 데 새로운 종류의 사행산업이 나올 때마다 추가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기타소득으로 과세를 하려면 세법에 기타소득의 범위 안에 열거해야 하는데, 사실 사회현상을 따라가지 못해 세법에 포함하지 못하는 소득의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지노에서 게임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다르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도 배당률 100배가 아니라, 로또와 마찬가지로 당첨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과세하도록 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정부가 근로자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늘리고, 비과세 감면은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한다고 하면서 도박으로 딴 돈에는 과세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특히 입법상 허점을 보여준 카지노 테이블 게임의 비과세는 신속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4-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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