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감사위 ‘허수아비’ 논란

은행 감사위 ‘허수아비’ 논란

입력 2014-04-17 00:00
수정 2014-04-17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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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사외이사가 3분의2 한 달에 한 번꼴 회의 ‘요식행위’

부당대출과 횡령 등 은행권에서 사고가 빈발하면서 내부통제의 적정성과 이를 사후평가할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외이사들이 자본시장법상 감사위원회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 데다가 감사위원회에 상임 감사가 참여, 상호견제와 감시가 미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외환·한국씨티·SC은행 등 7개 시중은행 감사위원회 위원 29명 가운데 사외이사가 25명(86.2%)이다. 상임 감사위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사위원이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감사위원회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외부 인사를 감사위에 포함시켜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약한 상황에서 철저한 감사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뽑고, 이렇게 뽑힌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진의 운영 사항 및 내부 통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두 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한 국민은행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이건호 행장이 맡고 있으며, 하나은행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에 김종준 행장이 포함돼 있다.

금융감독원이 앞으로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금융사에 감사 인력을 상주시키겠다고 결정한 것 역시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감사위원회와 별도로 검사역을 상주시키고 해당 금융사와의 유착 방지를 위해 수시로 검사역을 교체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감사위원회 회의가 요식 행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각 은행 감사위원회의 회의 개최 횟수도 제각각이다. 우리은행 감사위원회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합해 지난해 모두 17번 회의를 열었고, 국민은행이 15번, 신한은행 12번, 하나은행이 7번씩 열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감사위원회 참가 자체보다도 이들의 독립성 결여와 감사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상임 감사의 ‘셀프 감사’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부족하고 외부 인사이다 보니 은행 내부의 통제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일상적으로 감사업무를 하고 있는 상근 감사가 위원회 구성원이 돼 감사위를 주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4-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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