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푸른 하늘 아래 전시장들도 앞다퉈 화사한 봄옷을 차려입었다. 상춘객들을 유혹하는 전시 테마도 각양각색이다. 난분분하게 한바탕 흐드러진 벚꽃 잔치상을 물린 북한산, 인왕산 자락으로 다시 걸음 해 볼 일이다. 산자락에 옹기종기 붙어 앉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에서 조각, 사진, 회화, 영상, 설치미술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길에 자리한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의 조각, 드로잉, 서예 등을 모은 특별전 ‘무위의 풍경’전을 오는 6월 1일까지 이어 간다. 인위성을 배제한 ‘조각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해 온 김종영의 미감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김종영은 서구 모더니즘과 무위자연 의식을 접목해 자연적 질감을 극대화한 예술 세계를 펼쳐 왔다. 상업화를 늘 경계한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인 철조 ‘전설’과 나무에 채색을 한 ‘작품80-3’ ‘자각상’ 등이 포함됐다.
종로구 자하문길의 대림미술관은 오는 10월 12일까지 ‘트로이카’전을 펼친다. 기술이 감성을 깨우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되묻는 전시다. 젊은 외국인 예술가 3명이 ‘소리’ ‘빛’ ‘시간’을 주제로 과학과 예술이 분화되지 않았던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코니 프라이어와 에바 루키, 프랑스 출신 엔지니어 세바스티앵 노엘 등 3명으로 구성된 그룹 ‘트로이카’는 2003년부터 영국 런던을 무대로 활동해 왔다. 기계 장치나 전자 기기 등의 인공적인 기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운 빛과 소리를 흉내 내는 작업들이다. 트로이카는 미국 뉴욕 현대,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테이트 브리튼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다. 이번 전시에선 대표작인 ‘클라우드’와 ‘폴링 라이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클라우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런던 히스로 공항 5터미널에 설치됐던 인기 작품이다.
종로구 세종길의 일민미술관은 한국영상자료원, 문지문화원 사이와 손잡고 오는 6월 8일까지 ‘토탈리콜’전을 선보인다. 미술가와 영화감독의 영상 작품을 동원함으로써 이종 장르의 미학을 접목했다. 8개 팀 13명의 작가와 감독은 ‘트로트, 트리오, 왈츠’(차재민), ‘철의 사나이: 만들어진 장소’(배윤호), ‘열린 도시의 이방인들’(김소영)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박찬욱, 박찬경 감독이 제작한 ‘고진감래’는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출한 1만 1852편의 영상 가운데 152편을 추려 63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 못지않게 잊고 싶은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포착했다.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탕스’는 트위터에 북한에 관한 농담을 올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퍼포머 ‘P’가 재판을 앞두고 화법을 교습받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김경만의 ‘삐 소리가 울리면’은 1960~1970년대 국가에서 만든 반공 홍보 영화, 교육 자료 등을 재조합해 선전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 오랜 시간이 지나 얼마나 이율배반적으로 가치 전환했는지를 드러낸다.
멕시코 출신의 작가 다미안 오르테가는 종로구 삼청길 국제갤러리에서 다음 달 11일까지 첫 내한 전시인 ‘리딩 랜드스케이프스’전을 이어 간다. 작가는 폴크스바겐 뉴비틀 차량을 분해한 뒤 차량 부품을 도면처럼 천장에 매다는 작품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선 1㎜∼5㎝ 크기의 수많은 작은 돌멩이를 투명한 실에 매달아 구 모양으로 선보였다. 10여점의 신작을 포함해 콘크리트와 벽돌, 알루미늄, 고무, 골판지, 스티로폼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와 배우였던 아버지 밑에서 열린 교육을 받았다”면서 “작품 가운데 지각이 거대한 얼음덩어리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판 구조론을 연상시키는 작품도 있다”고 소개했다.
개인 사진전 가운데는 임채욱의 ‘인사이드 마운틴즈’전이 눈길을 끈다. 종로구 인사동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선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폭 6m의 대형 사진 등 60여점의 작품이 내걸렸다. 산봉우리 등 겹겹이 이어진 산세를 접어서 표현하는 ‘부조사진’ 18점도 처음 공개한다.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닥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작가는 겸재 정선이 살던 인왕산 자락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운무와 빛, 암벽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사진 회화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빛과 연무로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표현한 그룹 ‘트로이카’의 ‘아케이즈’(대림미술관)
서울 종로구 평창길에 자리한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의 조각, 드로잉, 서예 등을 모은 특별전 ‘무위의 풍경’전을 오는 6월 1일까지 이어 간다. 인위성을 배제한 ‘조각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해 온 김종영의 미감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김종영은 서구 모더니즘과 무위자연 의식을 접목해 자연적 질감을 극대화한 예술 세계를 펼쳐 왔다. 상업화를 늘 경계한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인 철조 ‘전설’과 나무에 채색을 한 ‘작품80-3’ ‘자각상’ 등이 포함됐다.
옥포조선소를 배경으로 거대한 노동시스템 안에서의 개인 삶을 표현한 배윤호의 영상물 ‘철의 사나이’(일민미술관),
조각가 김종영의 ‘자각상’(김종영미술관)
종로구 자하문길의 대림미술관은 오는 10월 12일까지 ‘트로이카’전을 펼친다. 기술이 감성을 깨우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되묻는 전시다. 젊은 외국인 예술가 3명이 ‘소리’ ‘빛’ ‘시간’을 주제로 과학과 예술이 분화되지 않았던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코니 프라이어와 에바 루키, 프랑스 출신 엔지니어 세바스티앵 노엘 등 3명으로 구성된 그룹 ‘트로이카’는 2003년부터 영국 런던을 무대로 활동해 왔다. 기계 장치나 전자 기기 등의 인공적인 기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운 빛과 소리를 흉내 내는 작업들이다. 트로이카는 미국 뉴욕 현대, 영국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테이트 브리튼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다. 이번 전시에선 대표작인 ‘클라우드’와 ‘폴링 라이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클라우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런던 히스로 공항 5터미널에 설치됐던 인기 작품이다.
종로구 세종길의 일민미술관은 한국영상자료원, 문지문화원 사이와 손잡고 오는 6월 8일까지 ‘토탈리콜’전을 선보인다. 미술가와 영화감독의 영상 작품을 동원함으로써 이종 장르의 미학을 접목했다. 8개 팀 13명의 작가와 감독은 ‘트로트, 트리오, 왈츠’(차재민), ‘철의 사나이: 만들어진 장소’(배윤호), ‘열린 도시의 이방인들’(김소영)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박찬욱, 박찬경 감독이 제작한 ‘고진감래’는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출한 1만 1852편의 영상 가운데 152편을 추려 63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 못지않게 잊고 싶은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포착했다.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탕스’는 트위터에 북한에 관한 농담을 올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퍼포머 ‘P’가 재판을 앞두고 화법을 교습받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김경만의 ‘삐 소리가 울리면’은 1960~1970년대 국가에서 만든 반공 홍보 영화, 교육 자료 등을 재조합해 선전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 오랜 시간이 지나 얼마나 이율배반적으로 가치 전환했는지를 드러낸다.
다미안 오르테가의 ‘진화하는 지층도면:층위학’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이상 국제갤러리)
멕시코 출신의 작가 다미안 오르테가는 종로구 삼청길 국제갤러리에서 다음 달 11일까지 첫 내한 전시인 ‘리딩 랜드스케이프스’전을 이어 간다. 작가는 폴크스바겐 뉴비틀 차량을 분해한 뒤 차량 부품을 도면처럼 천장에 매다는 작품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선 1㎜∼5㎝ 크기의 수많은 작은 돌멩이를 투명한 실에 매달아 구 모양으로 선보였다. 10여점의 신작을 포함해 콘크리트와 벽돌, 알루미늄, 고무, 골판지, 스티로폼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와 배우였던 아버지 밑에서 열린 교육을 받았다”면서 “작품 가운데 지각이 거대한 얼음덩어리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판 구조론을 연상시키는 작품도 있다”고 소개했다.
개인 사진전 가운데는 임채욱의 ‘인사이드 마운틴즈’전이 눈길을 끈다. 종로구 인사동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선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폭 6m의 대형 사진 등 60여점의 작품이 내걸렸다. 산봉우리 등 겹겹이 이어진 산세를 접어서 표현하는 ‘부조사진’ 18점도 처음 공개한다.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닥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작가는 겸재 정선이 살던 인왕산 자락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운무와 빛, 암벽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사진 회화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4-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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