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격동·상하이로… 몸집 키우는 아라리오 갤러리

제주·소격동·상하이로… 몸집 키우는 아라리오 갤러리

입력 2014-03-11 00:00
수정 2014-03-1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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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공간’ 사옥 인수후 지점 확장…조각가 김인배, 한달간 소격동 개관전

사물은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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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배 조각가의 설치작품 ‘빛’. 파괴된 인체 모형과 그 위에 매달린 추를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김인배 조각가의 설치작품 ‘빛’. 파괴된 인체 모형과 그 위에 매달린 추를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4차원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조각가 김인배(36)는 이런 의문에 새삼 관심을 기울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점·선·면을 제거하라’는 제목으로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다섯 번째 개인전에서다.

전시는 이 세상에 대한 거칠고 지난한 도전과 다름없다.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조각에 다가가 살짝 손끝으로 튕겨 보면 ‘통~통~’ 하고 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조형물인 탓이다.

하늘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 듯한 조형물 ‘겐다로크’는 미니멀리즘의 확장을 보는 듯하다. 또 고대 신전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다양한 모양의 구형체와 고문 도구 같은 못들이 놓여 있다.

‘빛’이란 이름의 황동 재질 작품에선 허름한 침대 위에 목과 팔이 잘려 나간 사람 모양의 인형이 누워 있다. 그 위로 추 한 개가 덜렁 내걸렸다. 정신분열적인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하다.

‘당기지 마시오’란 작품은 눈·코·입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과 억압받는 신체의 고통을 함께 표현했다. 작품의 엉덩이 부분에는 성기 모양의 사물이 돌출해 있다. 종교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부정인 셈이다. 작품들은 지하의 밝은 전시 공간에선 점·선·면의 조형 요소를 예리하게 드러내면서도, 2층의 어두운 공간에선 조형 언어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서울 청담동 시대를 접고 소격동 시대를 열었다. 2012년 청담점을 마련하며 삼청동을 떠난 지 2년 만의 복귀다.

지난해 11월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 사옥을 15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아라리오 갤러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요즘 미술계의 화제다. 아라리오는 충남 천안에 본관을 둔 갤러리로, 터미널 상가로 돈을 번 김창일 회장이 국내 3대 갤러리로 키웠다. 공간 사옥을 비영리 미술관인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올 10월 제주에 문을 열 미술관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주 미술관 프로젝트에는 일본의 유명 미술가인 고헤이 나와도 참여한다.

아라리오는 또 올 5월 중국 베이징 지점을 상하이로 옮긴다. 상하이 미술시장의 규모가 연간 9000억원에 육박해 국내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확장 움직임은 창업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 외에 불황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일정 수익을 확보하려는 몸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과도한 확장이 오히려 경영에 있어 발목 잡히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미술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없지는 않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3-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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