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이 내수 추월
60년 넘게 각인돼 온 ‘SK=내수기업’이란 공식이 깨졌다. SK그룹의 지난해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내수를 넘어섰다. 1953년 그룹 창립 이래 처음이다. 에너지와 통신 위주였던 SK의 내수형 사업구조가 화학, 반도체, 석유화학 등 수출형으로 체질개선을 이뤘다는 데 의미가 있다.SK는 2011년까지만 해도 상장사 기준으로 수출(59조 3000억원)이 내수(78조 8000억원)보다 19조 5000억원가량 적었다. 하지만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차이가 7818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부터 수출이 내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SK가 수출기업으로 우뚝 선 원인은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케미칼, SK가스, SKC 등 전통적으로 SK그룹의 수출 담당 계열사들이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에도 품질경쟁력 강화, 신규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꾸준히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학 부문 계열사인 SKC와 SK케미칼 역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잇달아 개발하면서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SK케미칼의 스카이그린 PETG수지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지난해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소재팀장은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및 정유 쪽 수출 비중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지난해 세계경기 부진 속에서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때맞춰 설비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SK그룹의 수출 부문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매출액 대부분을 수출에서 거두는 SK하이닉스가 2012년 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룹 전체 수출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2012년 10조 1622억원이었던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지난해 14조 1651억원으로 늘어났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 매출이 늘어난 것이 SK그룹의 사업구조가 내수형에서 수출형으로 바뀌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출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근본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사업 확대 의지와 함께 그룹의 공동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가 안착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2-12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