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으로 수백억대 건물 짓는 ‘불량 사립대’

등록금으로 수백억대 건물 짓는 ‘불량 사립대’

입력 2013-12-25 00:00
수정 2014-01-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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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단국대 등 14개大 법인지원금 한푼도 없이…

지난해 14개 사립대가 법인 전입금 한푼 없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는 데 각각 2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비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것이다.

24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사립대학 법인 전입금 현황’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152개교가 지난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는 데 쓴 ‘자산적 지출’은 모두 1조 3000억여원이었다. 이에 반해 법인이 지원하는 전입금을 뜻하는 ‘자산 전입금’은 12.6%인 1676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토지와 건물을 취득하거나 건설하는 데 200억원이 넘는 돈을 쓴 사립대 19개교 중 14개교의 법인 전입금이 ‘0원’이었다.

연세대는 자산적 지출로 848억원을 썼다. 이어 을지대 707억원, 단국대 425억원, 한국산업기술대 335억원, 계명대 318억원 등 14개교가 자산적 지출로 수백억원이 넘는 돈을 썼지만 법인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이화여대는 자산적 지출로 425억 3000만원을 썼지만 법인이 700억 9000만원을 냈으며 중앙대는 269억 9000만원 중 190억 8000만원을 법인이 지출하는 등 4개 대학은 법인이 일정 부분을 부담해 15개 대학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산 전입금에 대한 법 규정이 없어 사립대학들이 무분별하게 교비로 토지를 매입하거나 건물을 신·증·개축했기 때문이라고 대학교육연구소는 분석했다. 현재 사립학교법 제5조에서는 ‘학교법인은 그가 설치, 경영하는 대학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법인의 자산 전입금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이 어느 정도까지 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인이 돈을 전혀 내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감사원의 ‘2011년 사립대학 재정 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라 학교 시설에 대한 건설비 등은 원칙적으로 법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구체적인 지출 기준이 없어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자산적 지출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법인이 최소한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등 관련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산 전입금과 함께 교직원의 사학연금·국민건강보험료 법인 지출을 뜻하는 ‘법정부담 전입금’과 인건비, 관리운영비, 학생경비 등 경상비용으로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전입금을 의미하는 ‘경상비 전입금’을 모두 합한 법인 전입금 비율이 1% 미만인 대학은 152개교 중 36%인 54개교에 달했다. 2% 미만인 대학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79개교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3-12-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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