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남양주 캠퍼스 개교… 의대·약대 유치로 ‘서강 시즌2’ 열겠다

2017년 남양주 캠퍼스 개교… 의대·약대 유치로 ‘서강 시즌2’ 열겠다

입력 2013-12-03 00:00
수정 2013-12-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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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에게 대학의 미래를 듣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

‘조용하고 차분한 대학’. 대중적으로 알려진 서강대의 이미지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이러한 대학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2017년 문을 여는 남양주캠퍼스가 변화의 토대가 될 예정이다. 서강대는 오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서강 재창조의 밤-비전 선포식’을 열어 남양주캠퍼스 설립, 의과대학·약학대학 유치 추진 등 ‘제2창학’ 비전을 제시한다. 유 총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의미와 전망을 밝혔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설립 예정인 경기 남양주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총장은 36만 3700㎡ 규모의 남양주캠퍼스를 통해 산학협력을 극대화하고 ‘등록금 걱정 없이 운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설립 예정인 경기 남양주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총장은 36만 3700㎡ 규모의 남양주캠퍼스를 통해 산학협력을 극대화하고 ‘등록금 걱정 없이 운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총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쯤 지났는데.

-부총장이었을 때는 총장을 잘 돕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총장은 부총장과 아주 다르다. 대학 내 반대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서강대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2017년 개교 예정인 남양주캠퍼스다. 서강대가 설립됐던 당시에는 학생이 10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등록된 학부생만 8000여명이다. 대학원생도 4000여명이나 되는 등 모두 1만 2000여명이 재학 중이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원래 목표인 수월성 교육을 하는 것은 힘들다. 단과대학들이나 학과를 이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남양주캠퍼스에 ‘레지덴셜칼리지’(RC·기숙학교)를 운영해 잠시 분산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산학 관련 부처들이나 연구실 등은 이전할 계획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정작 미래가 가까워 오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게 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양주캠퍼스는 어느 정도 추진됐나.

-캠퍼스가 들어서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양정역 근처가 모두 그린벨트 2종 지역이다. 남양주캠퍼스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국토교통부가 개발 가능한 토지인 그린벨트 3종지로 승인해 줘야 한다. 서강대가 남양주시에 제시한 마스터플랜이 경기도청을 통해 현재 국토부에 접수됐다. 국토부가 심의를 해야 하는데 아직 심의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심의에 따른 승인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꼬박 3년을 준비해 온 것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남양주캠퍼스에는 어떤 시설들이 들어서나.

-36만 3700㎡ 규모의 남양주캠퍼스는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다. 해외 명문 대학과 협력할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메디컬 연구센터, 대학원, 기업, 연구소 등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산학협력 시너지 효과를 낼 테크노파크가 들어선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외 우수 연구기관(Global R&D Center·GRDC)으로 지정한 ‘서강대-하버드 질병바이오물리연구센터’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이와 같은 국제적 연구센터들을 캠퍼스에 많이 유치해 활발히 연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창업 육성을 위한 비즈니스센터도 세운다. 장기적으로 의학대학 및 약학대학을 유치한다면 대학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평생교육센터도 준비 중이다.

→학생들의 창업은 어떻게 도울 예정인가.

-벤처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창업 연계 전공 ‘스타트 업’ 과정을 내년 1학기부터 신설한다. 특강 등을 통해 창업을 가르치는 대학은 있었지만 학부 연계 전공과정으로 특화하는 것은 서강대가 처음이다. 창업 연계 전공은 여러 학과의 전공과목을 융합해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 복수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컨대 국문학과 학생이 경제·경영, 공학·인문학 등으로 구성된 기초 과목과 실습 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면 국문학사와 기술경영학사 학위를 함께 받는 식이다. 창업은 20대에 해야 한다. 성공하긴 어렵다. 실패도 해 봐야 한다. 대학에서 이런 경험을 미리 하고 사회에 나가 성공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양주 이전에 대해 반대는 없나.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지방분권이 실현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요원하다. 젊은 친구들이 서울을 벗어나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특히 20대 젊은 연구원들은 서울로 오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이제 이런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이냐, 지방이냐가 아니라 멀리 세계를 봐야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세계로 향하는 기업가 정신형 대학이 아니고선 대학도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이 없으니 등록금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와함께 여러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등록금 수입에 기대지 않고 대학을 운영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미국은 명문 대학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동문들의 기여도 역시 크다. 이를 기반으로 실리콘밸리 같은 주변 산업체들과 협업해 수익도 많이 내고 있다. 서강대는 등록금 수입과 사회적 기부, 기술 산학협력 비율을 1대 1대 1의 비중으로 할 예정이다. 서강대 역사상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을 뽑은 게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산학협력의 비중을 크게 늘릴 생각이다. 이에 따라 기술지주회사 11개를 임기 내에 5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동문들과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산학협력센터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 기업과 대학의 연구 기능을 혼재시킬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준비 중이다.

→대학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했듯 ‘등록금 의존율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이다. 서강대는 대학에서 유일하게 알바트로스라는 창업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 가능 금액은 1000억원쯤인데 앞으로 기술지주회사에 10분의1인 100억원 정도를 투자할 예정이다. 11개 기술지주회사에서 지난해 30억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했다. 앞으로 더 확대해 ‘등록금 없이도 운영되는 대학’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할 예정이다.

→정부가 교육에 대해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미국의 대학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운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어지간한 미국 대학은 펀드매니저 그룹에 20명씩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요원하다. 여러 규제가 많다. 투자라는 게 언제나 이익이 날 수는 없다. 가끔은 손해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재단 전입금과 등록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대형 종합대학 위주로 진행된다. 서강대로선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위기들을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으로 서강대를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가.

-내 전문은 연구·개발(R&D)이다. 특허 쪽 일도, 창업 쪽 일도 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소위 ‘비즈니스’를 꺼리는 것 같다. 기업과의 거리 역시 멀다. 대학이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수익이 나기 바로 전까지 대학이 해 줘야 한다. 연구·개발에 비즈니스를 결합한 ‘R&DB’라 할 수 있다. 남양주캠퍼스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가 될 것이다. 2017년 출범 이후 여러 기업이 동참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기업가 정신을 키우겠다. 조용한 대학이 아닌 ‘진취적인’ 서강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3-12-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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