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류 첨병이자 밤낮없는 3D직종… 매니저들의 희로애락

[커버스토리] 한류 첨병이자 밤낮없는 3D직종… 매니저들의 희로애락

입력 2013-11-30 00:00
수정 2013-11-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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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기’ 이 손안에 있소이다

스타를 발굴하고 재능을 키워주고 장기적인 비전까지 제시하는 매니저는 지금의 한류열풍을 일궈낸 실질적인 첨병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역할도 커지고 대우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그럼에도 정신없이 바쁘고 불규칙한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탓에 예나 지금이나 매니저는 ‘3D 직종’이다. 스타를 빛내는 ‘무대 뒤의 손’ 매니저들의 역할은 연예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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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들은 스타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잔다. 여성 듀엣 다비치를 담당하는 코어엔터테인먼트 최선용 팀장은 최근 다비치의 신곡 발표와 함께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행사가 있으면 서너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해 멤버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들른다. 이들이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 먹을 것을 챙겨 주지만, 정작 자신은 운전을 하느라 식사도 제때 못 한다. 최 팀장은 “행사가 많을 때는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잘 때도 많다”면서 “이런 생활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병’에 걸려 온갖 까탈을 부리는 상전(?) 연예인들을 맡는 고충은 말로 다 못 한다. 필요한 물건을 매니저가 손에 쥐어줄 때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정도는 ‘애교’다. 화가 나면 스케줄을 펑크 내고 잠적하거나 생방송을 앞두고 집 문을 걸어 잠가버리면 화병이 날 지경이다. 14년간 가요판에서 톱가수들을 키워낸 중견 매니저 A씨는 “몇몇 가수들은 이름조차 꺼내기 싫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예인들은 뜨면 자신이 잘나서 그런 것이고 못 되면 회사가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하는 일명 ‘연예인병’에 걸린 경우가 많다”면서 “매니저는 스타를 만들려고 사생활도 없이 뛰어다니는데, 그런 태도로 일관하면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고 토로했다.

월평균 100만~120만원을 받는 로드 매니저로 시작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3D 업종인 탓에 요즘 가수 매니저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 매니지먼트회사 이사는 “그저 연예인을 옆에서 보는 것이 좋아 매니저를 시작했다가 일주일 만에 그만두는 사례가 허다하다. 업계에선 이젠 조선족을 써야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기자, PD 등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매니저 기본 실무를 6~7년쯤 쌓은 실장급 이상이 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홍보와 스타 눈치 보기 사이에서 심각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실장은 “스타가 된 연예인은 아티스트 취급을 받길 바라면서 이것저것 출연 조건이 까다로워지는데, 신인 때부터 도와준 지인들의 인터뷰나 출연 부탁을 거절해야 할 때는 너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기 여성 아이돌 가수들을 유독 많이 맡았던 10년차 매니저 김모씨에게는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많다. 현장 매니저 시절 “사투리가 마음에 안 드니 일주일 동안 말하지 말라”는 주문에 황당했던 기억, 현장에서 말다툼을 하다 결국 가수 혼자 밴을 몰고 가버린 일, 10시간이 넘는 성형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가수의 집에 호박죽을 넣어주고 온 일 등을 떠올리면 아직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힘든 문제는 스타가 대책 없이 저지르는 방송 펑크. 예능 프로그램 콘셉트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녹화날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나오지 않거나 전날 애인과 싸우고 과음한 뒤 가요 순위 프로그램 출연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하는 등의 행태가 그렇다. 한 매니저는 “PD들에게 스타의 절친이 사고사했다고 둘러대거나,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기사를 내는 게 방책”이라면서 “그래 봤자 이 바닥 사람들은 빤히 다 아는 거짓말인데, 그럴 때면 번번이 십년 감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PD들에게 연예인을 홍보하는 것도 매니저들의 기본 업무. 주초인 월·화요일 방송사에는 음악 프로그램 PD들을 만나려고 매니저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 신인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는 “매일 5~6개팀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출연자가 정해져 있다 보니 신인들은 고작 3~4개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요즘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 PD들까지 챙겨야 한다”면서 “그렇게 어렵게 만난 PD들에게 CD를 줘봤자 제대로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허탈해했다.

그렇다면 매니저들이 가장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역시나 신인부터 키운 연예인이 스타덤에 올랐을 때다. 성공한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을 넘어, 스타의 성공은 곧 매니저의 성공이 된다. SM엔터테인먼트의 탁영준 가수매니지먼트실장은 “매니저가 스타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매니저는 스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가수 매니저 A씨는 “신인부터 키워낸 가수가 7000여명이 꽉 들어찬 콘서트 무대에 섰을 때 백스테이지에서 바라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감격스럽다”고 했다. 매니저 B씨는 “뭐니뭐니 해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비치의 매니저인 최선용 팀장 역시 멤버들이 음악방송 1위 소감을 말하면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언급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그 짧은 무대 인사말 한마디에 지인들의 연락이 줄을 잇는다. 그때만큼은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1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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