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추방 멈춰달라” 호소에 “그걸 위해 이 자리에 있다” 진화
버락 오바마(맨 앞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이민개혁 관련 연설을 하던 중 “추방을 중단하라”고 항의하는 한국인 청년(위에서 두 번째줄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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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베티옹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진행했다. 단상 위 오바마 대통령의 뒤편에는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이 서 있었다.
연설이 끝날 무렵 이들 가운데 서 있던 한 한국 출신 청년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자신을 포함한 이민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홍주(24)씨로 확인된 이 청년은 “제발 당신의 행정 권한을 사용해서, 이 나라의 ‘서류 미비’ 이민자 1150만명 모두를 위해 당장 추방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그들 모두를 위해 추방을 중단시킬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멈추고 홍씨를 쳐다보며 “사실 그렇지 않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답했지만 다른 이민자들도 “추방을 멈추라”고 외치는 등 분위기는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진화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이들은 가족을 깊이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뒤 “고함을 치거나, 내가 법을 어겨서 마치 뭔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쉽지만 나는 민주적 절차라는 좀 더 어려운 길을 제안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이민개혁법은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11살 때 어머니와 미국으로 건너온 홍씨는 자신도 서류 미비 이민자 신분으로, 이민자 권익 옹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홍씨는 “이는 매우 시급한 문제로,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다”며 “지금 구류시설에 있어 이 자리에 올 수 없는 다른 서류 미비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11-27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