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유럽’명의 발신…답신땐 개인정보·공증비 요구
삼성을 사칭해 전 세계인을 상대로 개인정보와 돈을 요구하는 피싱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등의 해외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국적을 가리지 않는 ‘다국적 피싱’에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삼성 사칭해 전세계인 상대로 피싱 이메일 등장
삼성을 사칭한 ‘삼성유럽’(Samsung Europe)이란 이름으로 뿌려진 스팸메일. 메일 수신자가 거액의 추첨에 당첨됐다며 개인정보와 비용을 요구한다.
수신자가 여기에 혹해서 답장을 보내면 ‘삼성유럽’ 측은 다시 수상 조건에 대한 안내 메일을 보낸다. 제시된 조건 중 하나가 ‘당첨자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TV쇼에 출연해야 하며, 네덜란드인이 아닐 경우는 지불 관련 공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첨자 본인이 공증 비용 1630유로(약 230만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여기에는 ‘공증비용이 당첨금에서 공제될 수 없고, 공증을 하지 않으면 당첨금과 갤럭시노트3를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거액 상금을 미끼로 돈을 뜯는 전형적인 피싱인 것이다.
삼성 측은 이 메일이 지난 18일쯤부터는 국내에도 뿌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앞서 지난달쯤부터 독일, 스웨덴, 러시아, 일본 등지에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한 복권 사이트에는 이 메일이 ‘사기 복권’(fake lottery)이라며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그룹 내 어디에서도 이런 메일을 발송한 적이 없다”며 “삼성을 사칭한 피싱”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삼성캐피탈,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이름으로 삼성을 사칭한 피싱 사례는 있었으나 전자메일 형태의 다국적 피싱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시리즈 등이 해외 시장에 널리 알려지면서 생긴 부작용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삼성은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2%, 태블릿PC 시장에서는 2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실제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고 무분별하게 뿌려진 질 낮은 스팸이라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발신 메일 주소를 잘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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