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출 첫 500억弗 명암
1개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출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균형성장이라기보다 반도체·자동차·정보기술(IT) 제품 등 일부 분야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반면 다른 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강 제품의 10월 수출은 중국 유통재고 증가 및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 탓에 수출단가 하락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여기에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 부진과 각 국가의 수입규제 등도 철강 제품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기계 역시 동남아와 유럽, 미국 등의 수요확대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중동지역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줄었다. 제품별 수출은 수출 대상 국가의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이보다 심각한 것은 수출이 일부 제품군에 집중된 데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일부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출액 상위 10개 기업이 한국 총수출액의 3분의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놓고 볼 때 한국 경제가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난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10대 기업을 제외한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영업이익 하락 폭이 컸다”며 “상위 10대 기업으로의 이익쏠림 현상은 이들 기업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민경제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문제를 파생한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회복 추세가 이어진다면 IT제품과 자동차뿐만 아니라 중소 수출품목 등 우리나라 대다수 품목의 수출 증가세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출구전략과 채무한도 협상, 환율하락 등으로 우리 수출여건을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3-11-02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