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료 너무 두껍게 칠했을 수도”
화재로 소실됐다가 지난 5월 복원된 숭례문의 ‘단청’ 일부가 완공 직후 벗겨지면서 문화재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단청은 옛날식 집의 벽, 기둥, 천장 따위에 여러 빛깔로 그린 무늬나 그림을 일컫는데 통상 10여년에 한 번꼴로 벗겨져 보수하는 것이 정상이다. 일각에선 단청의 때 이른 박락(剝) 현상이 일본산 아교를 사용한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문화재청은 8일 숭례문 관리소 등이 지난 5월부터 수백여곳의 숭례문 단청 가운데 스무곳 안팎에서 박락 현상을 발견해 관찰해 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햇볕이 드는 남쪽 방면의 단청에서 주로 나타났다. 문화재 당국은 이달 말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하기로 계획한 상태다.
단청이 벗겨지는 원인은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안료인 호분(조갯가루)을 너무 두껍게 칠했거나 아교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숭례문 단청을 맡은 홍창원(58·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은 “안료는 국산과 일본산을 함께 썼다”면서 “아름다운 밝은 황색을 내려고 전통방식대로 호분을 칠한 뒤 붉은색을 덧칠했는데 안료를 너무 두껍게 칠해 이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청 박락의 다른 원인으로는 일본산 아교가 지목된다. 접착력을 높이고 방습, 방부, 방충의 역할을 하는 아교는 복구 당시 예민한 사안으로 반대 여론이 높았으나 그대로 일본산을 사용했다. 일각에선 숭례문 복구공사 중에 단청 현장에서 쉰 아교 냄새가 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10-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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