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규제 완화” 다독이고… 재계 “투자·고용 확대” 화답

박대통령 “규제 완화” 다독이고… 재계 “투자·고용 확대” 화답

입력 2013-08-29 00:00
업데이트 2013-08-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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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10대 그룹총수 오찬간담회 안팎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이 28일 오찬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선물은 ‘규제 완화’, 재계가 꺼내 든 선물은 ‘투자와 고용 확대’로 요약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오찬의 진행자 역할까지 맡았다. 총수들의 제안이나 의견에 일일이 답변하는 형식이었으며, 자리에 배석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후속 조치 등을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로 이건희(오른쪽 네 번째)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대기업 회장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춘 비서실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이 회장, 박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로 이건희(오른쪽 네 번째)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대기업 회장들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춘 비서실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 이 회장, 박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 대통령은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겠다”, “규제를 위한 규제는 하지 않겠다”는 등 규제 완화의 뜻을 거듭 강조했다.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이뤄지면 ‘규제 완화’로 호응하겠다는 얘기다.

네거티브 규제는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금지되는 행위만 예외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이다.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 비해 규제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실제 2009년 1만 1000개였던 등록 규제 수는 지난해 1만 4000개로 오히려 증가했다. 규제 총량제 도입이나 규제 개선 성과가 큰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제 실시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서도 수정 의사를 시사했다. 정부 출범 초부터 경제민주화 입법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기업 세무조사 강화, 대기업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하반기 국정운영 목표인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총수들이 중점 투자 분야를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기업마다 갖고 있는 규제나 어려움을 하나하나 맞춤형으로 의논해 지원하는 게 확실한 경제 활성화 방안이고 일자리 창출 방법”이라며 ‘맞춤형 지원’ 의지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과거 대기업에 대해 일자리 나누기나 동반 성장 등 경제민주화 정책 기조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 만남에서도 “대기업도 좀 변화해 주기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오찬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입법에 독소조항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확 달라진 언급을 내놓았다. 이날 발언을 계기로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월과 6월 미국과 중국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수행한 그룹 총수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10대 그룹 총수들만 따로 불러 오찬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집권 첫해 후반기 국정운영의 최대 과제로 꼽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경제계 끌어안기’로 해석된다.

경제계 역시 박 대통령에게 올 하반기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했다. 오찬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 회장, 박용만(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두산 회장, 허창수(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GS 회장 등이 참석했다. 회장이 부재 중인 SK와 한화에서는 각각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홍기준 한화 부회장이 자리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3-08-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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