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리는 배임죄 기준 명확히 바꿔야”

“걸면 걸리는 배임죄 기준 명확히 바꿔야”

입력 2013-08-21 00:00
수정 2013-08-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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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포괄적인 구성 요건 탓에 ‘경영판단’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배임죄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형법상 배임죄는 독일, 일본 등 해외에 비해 구성 요건이 포괄적이다. 적용되는 범죄 주체의 범위가 넓고, 규제 대상도 추상적이며,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손해 발생 우려가 있거나 미수,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배임죄는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데에 독일, 일본 및 국내 학자들의 인식이 일치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같이 불명확한 배임죄가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국가 경제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경영 실패도 배임죄로 볼 여지가 있어 공격적인 경영판단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그룹 총수가 한 계열사의 자금을 다른 계열사에 빌려 주거나 보증을 서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는 그룹 전체 안정과 균형을 생각하는 총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경영 판단이지만 계열사 주주들은 배임죄로 총수를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독일 등 해외에서는 같은 상황이라도 한국과 달리 채권 회수 위험이 없다고 인정되면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럼에도 범죄 억제 역할을 고려할 때 배임죄 폐지 여부는 쉽게 논의할 수 없다고 봤다. 대신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상법상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상법 제382조 제2항에 독일 주식법과 비슷한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에 ‘경영 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아 배임죄 적용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범죄와 비범죄의 경계가 모호하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08-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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