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내놓는 일을 현생에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간주한다. 독수리가 망자의 육신을 깨끗이 먹어치울수록 다음 생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내주는 모습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잔혹하고 당혹스러운 장면일 뿐이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에게 천장은 경건한 의식이다.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릴 정도다.
1부 ‘동자승, 천장을 만나다’에선 네팔 무스탕 지역의 천장이 소개된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오래전부터 티베트 불교가 깊이 뿌리내렸던 지역이다. 18세기 네팔에 합병된 이후 1991년까지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 땅이었다. 지금도 외국인 방문객이 연간 1000명으로 제한된다. 덕분에 이곳에선 고대 티베트 문화와 전통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장례풍습인 천장도 마찬가지다. 무스탕 차랑 마을의 동자승 층천베가 외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천장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2부 ‘죽음의 사자, 천장사’편은 야칭스, 라브랑스, 랑무스 등 티베트 자치구에 자리한 천장터를 소개한다.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해발 4100m 고원인 야칭스 천장터에서 이뤄지는 의식을 영상에 담았다. 라마승 초그랍은 도끼와 칼, 갈고리로 2시간 동안 시신을 해부해 독수리에게 내준다. 고된 노동이지만 망자가 모든 것을 내주고 하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도록 돕는 숭고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