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독점 중계 ‘양날의 칼’

스포츠 독점 중계 ‘양날의 칼’

입력 2013-08-01 00:00
수정 2013-08-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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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까.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까.

방송사에서 스포츠 중계는 양날의 검이다. 흥행에 성공해 인지도를 높이고 거액의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칫 막대한 중계권료만 날릴 위험도 있다.

최근 스포츠 중계에서 가장 재미를 본 방송사는 미 프로야구(MLB)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MBC다. MBC는 지난해 초 MLB 사무국과 협상해 400만 달러(약 45억원)에 2012~14시즌 3년간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인 2000년 한 해 중계권료가 3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당시는 추신수(31·신시내티) 외에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MLB 사무국도 비싸게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26·LA 다저스)이 올 시즌 MLB에 진출하면서 MBC는 ‘대박’을 쳤다. 경기당 3~4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와 달리 매 이닝 마운드에 오르는 선발 투수는 시청자의 눈을 고정시켰고 자연스레 광고가 몰렸다. 지난 28일 류현진과 추신수의 맞대결은 일요일 오전이라는 특수까지 겹치면서 MBC가 12.3%, MBC스포츠플러스가 2.98%(이상 TNmS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다른 채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광고업계는 이날 MBC가 10억원가량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류현진의 다른 등판 때도 평균 2억~3억원의 적잖은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류현진이 한 시즌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3년치 중계권료를 모두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를 본 MBC스포츠플러스는 지난 30일 MLB 독점 중계권을 2017년까지로 3년 더 연장했다.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았지만 다른 방송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도 최근 스포츠 중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아시안컵 축구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냈다. 28일 남자부 한국-일본전은 동시간대 지상파를 모두 누르고 11.5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입 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인 20일 호주전은 5.8%, 24일 중국전 때도 6.67%로 선방했다. JTBC는 한국전(남녀 6경기) 하프타임 때 총 6회 노출(1회 15초)과 다른 국가 경기 때 추가 노출 등의 조건으로 5000만원짜리 광고 상품을 만들었는데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급한 중계권료가 많아 MBC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가에서는 JTBC가 지상파보다 약 2배 많이 질러 55억원에 중계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중계로 채널 인지도를 높였고 광고 성적도 합격점이었다는 게 JTBC 내부 평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패로 끝난 스포츠 중계도 많다. JTBC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650만 달러(약 70억원)를 내고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야구대표팀이 예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쓴잔을 마셨다. 광고업계는 JTBC가 20억~30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전문채널 SBS CNBC도 2011년부터 3년째 이대호(31·오릭스)의 일본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지만 적잖은 중계권료와 낮은 시청률로 인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포츠 중계권이 모두 비싸게 팔리는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의 한 해 중계권료는 250억원에 이르지만 비인기 종목은 방송사에 형식적으로 중계권을 판 뒤 제작지원금 명목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대한체육회 산하 한 협회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이 제대로 된 중계권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방송사에 돈을 쥐여 주고 중계해 달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8-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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