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피난처란
조세 피난처(tax haven)란 소득세·법인세를 물리지 않거나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지역을 뜻한다. 마약, 도박 등 검은돈의 은닉처로 인식돼 있지만 요즘은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 회피 용도로 많이 찾는다.다국적 기업들은 회계 장부상 이익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비용은 세율이 높은 곳으로 돌려 세금을 덜 내는 수법을 쓴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을 올리는 다국적 기업의 비용과 이익이 어느 나라에서 발생하는지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 애플, 구글, 스타벅스 등이 벌어들인 돈에 비해 아주 적은 세금을 낸 것으로 드러난 것도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결과다.
조세 피난처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바하마, 버뮤다 등 조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 천국’(paradise)이다. 홍콩, 파나마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경우는 좁은 개념의 ‘조세 피난처’(shelter)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은 비과세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활동에 세금상 특혜를 주는 ‘조세 휴양지’(resort)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9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 피난처에 숨겨진 자산은 최소 1조 7000억 달러(약 1893조원)에서 최대 11조 5000억 달러(약 1경 2811조원)에 이른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3-05-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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