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만 달러짜리 호화 콘도 사들이고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세금 없이 상속

195만 달러짜리 호화 콘도 사들이고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세금 없이 상속

입력 2013-05-23 00:00
수정 2013-05-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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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일가 조세 피난 백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2일 밝힌 재벌 총수 일가의 조세피난 의혹은 상상 그 이상이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벌총수 일가들이 수십억원대의 호화 부동산을 거래하는가 하면 세금 없이 유산을 상속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이수영 OCI 회장(전 경총회장) 부부는 개인 이름으로 2008년 4월 ‘리치몬드 포레스트 메니지먼트’란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2010년 초반까지 회사를 유지했다.

2007년 5월 10만원대 초반이던 OCI의 주가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점인 2008년 5월 ‘녹색성장’의 바람을 타고 44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65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9년 10월 이 회장 일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장남 이우현 OCI 부사장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부사장이 부당이득을 챙긴 시점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6개월 전인 2007년 10~11월이다. 부당이익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는 홍콩 SC은행을 거쳐 2007년 6월 ‘카피올라니 홀딩스’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시기에 조 회장 부부는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올라니에 195만 달러짜리 콘도 한 채를 사들였다.

부부 공동명의의 이 콘도는 2011년 조 회장 단독 명의로 바뀌었다. 그리고 조 회장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C.K.조’란 신탁회사로 넘어갔다. 이는 ‘리빙 트러스트(생전신탁)’로 불리며, 상속·증여세를 줄이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2007년 12월 효성가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회장은 DSDL(옛 동성개발)의 지분 93%를 자신의 자녀 3명이 지분 100%를 가진 DSIV란 회사로 넘겼다. 증여세를 피하고자 법인에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20억원에 불과한 DSIV가 매출이 10배에 달하는 DSDL을 자회사로 거두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과세당국은 애초 법인세 120억원만을 물렸다가 나중에야 증여세 254억원을 거뒀다.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앞둔 2007년 3월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 소개로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 회사엔 조 회장을 이사로, 본인과 장남 조현강씨는 주주로 등기했다. 또 자신이 변고가 생기면 모든 권리는 장남으로 귀속되도록 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자녀를 주주로 등록한 것은 세금을 피하며 재산을 상속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05-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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