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백령도 인근 10차례 지진
인천 백령도 근해에서 하루에만 10차례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한반도에서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해안 지역의 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번 지진은 1978년 기상대(현 기상청) 관측 이후 역대 여섯 번째의 큰 규모로 지난달 21일 전남 흑산도 북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세기와 같다. 4.9 규모의 지진은 물건이 흔들리고 정지한 차량이 살짝 움직이는 게 뚜렷이 느껴지는 정도다. 백령도 주민들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고 전했고 인천과 서울, 경기 수원, 안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남 서산에서도 일부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남한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기상청 관측 기준)의 지진은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 동쪽 80㎞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19일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진앙 반경 50㎞ 이내는 1978년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 2회를 포함해 모두 38차례나 발생했을 정도로 지진 다발 지역”이라면서 “18일 지진의 발생 원인은 해역 조사 등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인천 앞바다에서 빈발하는 지진은 주향 이동단층(수평 방향으로 어긋나 이동하는 단층)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천 앞바다 등에서는 계속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계 일각에서는 최근 한반도에 지진이 빈발하는 것은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특정 지역에 에너지가 쌓여 임계점을 넘어 부서질 때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해안 백령도 근해와 동해안 울진 앞바다 등에서 지진이 2년 새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에너지가 한반도 주변에 쌓여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지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변 지각판에 힘이 쌓였다가 한반도 주변의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등이 계속 충돌해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임계점을 넘어 지진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북중국 지각판과 남중국 지각판이 지나는 백령도 인근은 매우 약한 지형이어서 7.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5-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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