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과 스트로스칸, 닮은점과 다른점

윤창중과 스트로스칸, 닮은점과 다른점

입력 2013-05-11 00:00
수정 2013-05-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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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전격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과 2년 전 잘 나가던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자진 사퇴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성추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그러나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성추문 발생 직후 현지에서 체포돼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은 반면, 윤 전 대변인은 기민하게 미국을 빠져나왔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으로 볼 때 공무출장 기간에 일탈행위를 벌인 이들 두 유력 인사의 유사점을 찾는다면 ‘여성’과 ‘호텔’이란 점을 들 수 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뉴욕 출장 후 맨해튼 소피텔호텔 여종업원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고, 윤 전 대변인은 호텔 바에서 자신의 업무를 지원하던 20대 인턴 여성과 신체적 접촉을 한 뒤 다음날 새벽 이 여성을 자신의 호텔로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뒤 내놓은 두 사람의 변명에서도 ‘샤워’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등장한다.

스트로스칸은 샤워를 한 직후 객실을 청소하는 호텔 여종업원을 보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윤 전 대변인도 인턴 여성이 새벽에 자신의 부름을 받고 호텔 방에 들어왔을 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속옷 차림이었다고 청와대 조사에서 해명했다.

뒤늦게 사안의 급박성을 깨달았는지 소지품을 챙기지 못한 채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한 점도 문제가 발생한 직후 두 사람이 보인 행동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로스칸은 호텔 여종업원이 강력히 저항하자 휴대전화까지 놓아둔 채 공항으로 향했고, 윤 전 대변인도 옷가지와 면도기를 비롯한 소지품을 거의 챙기지 않고 곧바로 호텔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점은 한 명은 현지 공항에서 체포됐고 다른 한 명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스트로스칸은 호텔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이륙을 불과 10분 앞둔 비행기 안에서 붙잡힌 반면, 윤 전 대변인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한국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능력있고 경력이 화려한 변호사들을 앞세워 증거불충분에 따른 공소취하를 이끌어냈지만 결국 민사소송에서 수백만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그는 고국 프랑스에서 떼놓은 당상과도 대통령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조강지처로부터 버림받았으며 또다른 성추문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스트로스칸과는 달리 일단 고국에 돌아오는데 성공한 윤 전 대변인은 지금까지 알려진 혐의로만 볼 때 한국과 미국 간에 맺은 조약에 따른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되지 않지만 조만간 미국으로 자진출국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윤 전 대변인의 혐의는 1년 이상의 자유형(징역·금고·구류)에 해당하지 않는 경범죄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직 박탈이라는 불명예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을 불가피하며 이런 책임이 모두 소멸된다고 해도 국가를 망신시켰다는 여론의 비난은 결코 비켜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비난은 스트로스칸 전 총재도 결코 피해갈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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