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시장 마이웨이… 토요타·닛산 인하에 제값받기 승부수
세계 최대의 자동차 각축장인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만 차량 가격을 올리는 ‘마이웨이’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 업체들의 가격인하 및 인센티브 공세가 거센 데다가 대규모 리콜 여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 정책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 증가한 11만 871대를 판매했다. 미국의 4월 차 시장이 9% 성장한 것에 비하면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올 1~4월 판매 누계치도 40만 2133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체적으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현대·기아차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저 수준의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차 쏘렌토, K7 등의 가격을 최대 4% 올리는 등 제값 받기 전략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문조사업체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인센티브 금액은 1369달러로 토요타(1515달러)와 GM(3453달러), 혼다(1531달러) 등에 비해 146~1369달러 적었다.
또 지난 2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가격이 최대 4700달러 올라 동급 경쟁차종인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비싸졌다. 기아차 역시 쏘렌토와 신형 포르테(K3) 가격을 연초에 올렸고, 최근에는 K7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실적 부진은 공급물량 부족에서 오는 것이지 판매가격 인상 등과는 무관하다”면서 “팬매실적에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위한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닛산의 경우 10% 가격 할인이라는 히든 카트를 꺼내들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7개 차종의 가격을 580~4400달러(64만~484만원) 낮추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보통 인센티브를 늘리는 형태로 값을 내린다. 표시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브랜드가 엔저 효과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토요타와 혼다 등도 조만간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값 받기도 좋지만 일본차의 공세를 막아내려면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제값 받기를 통한 질적 성장 추구 전략은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옳은 방향”이라면서 “하지만 일본차 업체가 ‘할인 카드’까지 빼어든 만큼 현대·기아차도 전략의 일부 수정이나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5-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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