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어디서나 당당하고 여유가 넘쳤던 그는 이날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지성파 여배우로 꼽혔던 김혜수가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은 그의 말처럼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일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사회적인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만큼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각종 사건 사고에 얼룩진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발표회에 가면 “작품과 관련되지 않은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감한 질문은 대답하기 싫다는 것이다. 아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배우들도 있다.
그런데 김혜수는 정면 돌파를 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이어진 심층 라운드 인터뷰에도 참석해 주연배우로서 성실하게 질문에 답했다. 이런 태도에 더욱 놀란 것은 연예 관계자들이었다. 한 연예기획사 실장은 “김혜수씨처럼 오랜 경력을 지닌 연예인이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혜수씨가 논란이 불거진 당일 아침, 스태프와 배우를 비롯한 모든 드라마 관계자를 모아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개 사과도 그가 먼저 제안했고, KBS 측도 악재를 털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였다.
김혜수의 사과가 있던 날,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설경구 편의 방송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네티즌들은 출연 반대 서명 운동과 방송 중지 항의글을 수천 건 올렸다. 그의 이혼과 배우 송윤아와의 재혼에 얽힌 진실이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은 “전처와 딸에게 상처를 준 그는 힐링이 아닌 스트레스를 준다”는 글을 올렸고 제작진은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2부 방송을 1일로 미뤘다. 이 같은 반응은 설경구 개인에 대한 호불호라기보다는 각종 토크쇼가 스타들의 변명과 해명의 장으로 변질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MBC ‘무릎팍도사’다. 스타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일방적인 주장만이 방송돼 자기 변명으로 흐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거부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요즘 대중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논란에 대한 변명이 아닌 진정성”이라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을 만큼 객관적으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연예인과 프로그램 모두 적잖은 타격만 입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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