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머리는 떨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 머리는 떨고 있다

입력 2013-04-01 00:00
수정 2013-04-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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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최첨단 거짓말탐지기 ‘바이브라 이미지’ 체험

31일 서울신문 취재진이 최첨단 거짓말 탐지 기술인 바이브라 이미지를 체험하고 있다.
31일 서울신문 취재진이 최첨단 거짓말 탐지 기술인 바이브라 이미지를 체험하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 사건부터 사회 유력인사 성 접대 의혹까지 일련의 사건마다 관련자들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상반된 진술 속에 누군가는 대중을 향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거짓말탐지기는 요긴한 수사의 도구다. 법적 증거능력은 없지만 사건의 가닥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때가 많다. 31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를 찾았다. 서울경찰청에서만 공식 운용중인 최첨단 거짓말 탐지기술 때문이었다. 서울청의 도움으로 거짓말을 잡아내는 최첨단 기술인 ‘바이브라 이미지’(Vibra image)를 체험했다.

거짓말을 할 때 대부분 사람에게서는 호흡이나 맥박, 땀 등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통해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게 흔히 알려진 거짓말탐지기 ‘폴리그래프’(Polygraph)의 원리다. 반면 바이브라 이미지는 머리의 미세한 떨림에 주목한다. 원리는 이렇다. 귀 안쪽에는 사람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있는데 거짓말 등 심리 변화에 미세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바이브라 이미지는 전정기관의 반응에 의한 머리의 움직임을 특수영상으로 시각화하는데 이때 피검사자의 흥분도와 집중도 등 28개 요인이 측정된다. 신체에 전극장치 등 각종 장비를 부착하는 폴리그래프와 달리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기만 하면 된다.

거짓말 탐지 전문가인 이재석 검사관과 간단한 실험을 했다. 이 검사관은 빈 종이에 숫자 3, 4, 5 중 하나를 적게 했다. 검사관이 알지 못하게 등을 돌려 ‘3’을 적었다. 검사관이 1~7을 부르면서 “1을 적었느냐”, ”2를 적었느냐”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일곱번을 물으면 모두 “아니다”로 대답하기로 미리 약속을 했다. “3을 적었느냐”고 물을 때 바이브라 이미지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다.

실제 피조사자가 된 마음으로 거짓말을 했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흥분도와 좌뇌·우뇌의 심리적 대칭성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거짓말 레벨이 “3을 적었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16.07)는 다른 답변(32.14)에 비해 최고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이 검사관은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 레벨이 정상 반응보다 크게 높거나 낮아진다”고 말했다.

2011년 이 검사관이 서울경찰청에서 실제 검사한 사례를 중심으로 120건의 바이브라 이미지 효과를 분석한 결과 거짓말 탐지율이 최대 9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브라 이미지는 아주 작은 마음의 동요까지 훤히 드러내는 거짓말 탐지 기법이지만 다른 거짓말 탐지기와 마찬가지로 직접 증거 대신 정황 증거로만 사용되기를 바라는 수사관들도 많다. 인간의 마음에는 과학으로 측정되지 않는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검사관의 말이다. “과학은 매일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4-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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