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실태파악 착수
금융당국이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현재 개별 금융기관에 비공식적으로 연체기록이 남은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의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채무 조정이나 행복기금 흡수 등 채무 유형에 따른 신용 사면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 등으로 금융거래 자체가 막혀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각각의 유형에 맞게 연체 기록을 삭제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구제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신용불량자라도 현재 사망한 사람도 있고, 신용 회복이 된 사람도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만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는 신용불량자에게 단순한 구제를 넘어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려는 박 대통령의 주문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 정리해고 등으로 빚을 갚지 못했거나 연대보증 탓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과 관련한 기록은 여전히 ‘주홍글씨’처럼 금융권에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전산망에서는 7년이 지나면 연체 기록이 폐기되지만 개별 금융기관에는 남아 있어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가 집계·보고한 자료로는 외환위기 여진이 본격화한 1998년 말 기준 3개월 이상 금융권 채무를 연체한 신용불량자는 236만명이었다. 또 외환위기에 이어 터진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다중채무자도 2004년 4월 기준 126만명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기존 신용회복 프로그램으로 자활에 성공해 신용 회복이 된 만큼 정확한 수치는 새롭게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당시 씌워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3-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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