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해도 ‘甲’… 前官의 탈세
복수의 변호사들은 1일 “고위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대체로 사건을 직접 수임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변호사를 대리로 내세우는 등 선임계를 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학 입시 비리로 최근 구속된 A씨. 집행유예도 어려운 상황인데 벌금형을 선고받는 조건으로 담당 법원의 부장판사 출신 B변호사를 선임했다. B변호사는 착수금 2000만원에 성공보수 3000만원을 요구했다. B변호사는 자신이 아는 후배 변호사에게 300만~500만원을 받고 사건을 수임케 한 뒤 그를 얼굴 변호사로 내세웠다. B변호사는 후배 변호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면 내가 한 줄 알면 된다”고 했다.
지방의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C씨는 서울 지역 검사장 출신의 D변호사를 선임했다. 구속을 면하는 조건으로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5000만원을 지불했다. D변호사는 수사 담당 지역 검찰에게 입김이 통하지 않자 C씨 사건을 자신이 몸담았던 서울 지역 검찰로 이송시켰다. C씨는 구속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지방 사건이었는데 해당 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얼굴 변호사로 내 이름만 올려 달라고 했다”면서 “착수금·성공보수로 2억원을 받는데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일은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세원 파악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변호사들은 “사건당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는데, 모두 탈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전관 출신 변호사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진 않지만 제보나 첩보 등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나온다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변호사법상 선임계 미제출은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견책 등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선임계 미제출로 처벌받은 변호사들의 현황은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면서 “변협회장이 징계위원회에 징계 개시를 청구하고 징계위는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3-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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