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졸업 앞둔 첫째 SK 하이닉스에 취업 확정
“남들이랑 똑같은 길을 가면 똑같은 사람밖에 안 되니까요.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이 길을 택했어요.”손재주가 좋은 지순양은 스스로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를 택했다. 어릴 적부터 장난감이든 시계든 손에 든 물건은 다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걸 좋아했고, 이 같은 소질을 살릴 수 있는 곳은 반도체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는 지순양이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줬다. 1학년 때는 교환학생으로 중국 쑤저우직업학교에 한 달간 다녀온 뒤 외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2학년 때부터 하루 한 시간씩 ‘반도체 영어’, ‘반도체 수학’ 수업을 듣고 하루 세 시간 이상 실제 반도체 공장과 똑같이 만든 실습실에서 생산과정을 배워 별도의 훈련과정 없이 바로 생산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술력도 길렀다. 진정한 산업체 맞춤형 인재인 셈이다.
언니의 학교생활을 지켜본 동생 예담(가운데·17)양도 언니의 뒤를 따랐다. 예담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전공 과목을 가지고 나만의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예담양은 신약 개발 연구원의 꿈을 품고 재작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의 바이오제약과에 입학했다. 두 누나 덕분에 막내 남동생 헌영(오른쪽·15)군도 마이스터고 진학을 꿈꾼다. 헌영군은 “큰누나를 보면서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내 소질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옥천중 3학년에 올라가는 헌영군은 충북에너지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남매를 향한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특히 마이스터고 1기로 입학한 지순양의 친구들은 “그냥 인문계 가지 왜 공고에 가서 공순이가 되려고 하느냐”며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 시선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세 남매의 부모는 남들보다 먼저 적성과 소질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격려했다. 지순양은 “동생들과 저까지 장차 나라에 보탬이 되는 기술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면서 “마이스터고 출신 가운데 최초로 박사 학위를 따서 진정한 반도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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