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선임하고 조각하라

[사설]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선임하고 조각하라

입력 2013-01-31 00:00
수정 2013-01-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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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조각(組閣) 작업이 헝클어졌다. 새 정부가 출범할 2월 25일부터 역산하면 다음 달 4일까지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다. 법이 정한 인사청문에 20일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리에다 각 부처 장관까지 20명 남짓한 인선안을 내주 초까지 매듭지어야 하니 이만저만 촉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나홀로 인선’이 계속되고, 이로 인한 검증 부실로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할 인사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는 지경이고 보면 5년 전처럼 몇몇 부처 장관을 공석으로 둔 채 새 정부를 띄울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은 급할수록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김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면 지금이라도 풀고 다시 꿰야 한다. 그 시작이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이다. 현 정부를 제외하고 김영삼 정부 이후 3개 정부가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인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국무총리 지명은 그 다음이었다. 미국 역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는 늘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11월 4일 당선되고 이틀 뒤에 단행한 첫 인사도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임명이었다. 정권 인수 과정이나 인사 문화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비서실장 임명을 통해 백악관의 현직과 차기 비서실장이 긴밀한 협조 아래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벌이고 보다 공식화한 과정을 통해 후속 인선 작업을 이어간 점은 참고할 대목이다.

지금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깜깜이’ ‘철통보안’ ‘밀실’로 집약된다. 폐쇄적이고, 비선(秘線) 의존적이며, 독단적인 행태다. 새 정부의 첫 조각을 누구와 협의하는지, 어디서 인선작업을 벌이는지, 인사 검증은 어떤 자료를 갖고 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인선 작업에 참여한 면면이 알려질 경우에 빚어질 잡음과 혼선을 걱정하는 박 당선인의 우려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김 총리 후보자의 예에서 보듯 지금과 같은 비선 조직에 의존한 인사야말로 더 큰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는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에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를 두기로 한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라도 즉각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지명하고, 그를 통해 보다 공식화된 틀 위에서 인선 작업을 추진하기 바란다. 당선인 비서실장이 됐든, 제3의 인물이 됐든 차기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 등 관계기관의 인사검증 자료와 인력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활용,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군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당선인이 약속한 국무총리의 인사 제청권은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총리 후보자와 당선인이 충분히 협의하는 것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본다.

2013-01-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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