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대위 해단식서 차기 불출마 밝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20일 해단식에서 진지한 자성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제시했다. 선거결과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지지는 ‘우리의 희망’이고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개인적 꿈은 여기서 접지만 민주당과 시민사회, 국민연대 등 진영 전체가 더 역량을 키워가는 노력들을 앞으로 하게 된다면 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문 전 후보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제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이끌어 보겠다고 생각했던 꿈은 끝이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더 발전해 다음 정부가 빠질지 모르는 오만과 독선을 견제해 가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다음에는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기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전 후보는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결과는 2% 부족했다. 이를 어떻게 성찰하고 해결해 나갈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의 부족함 외에 많이 얘기되는 친노(친노무현)의 한계일 수도 있고, 민주당의 한계일 수도 있고, 진영의 논리에 갇혀 중간층 지지를 좀 더 받아내고 확장해 나가지 못한 부족함일 수도 있고, 바닥조직에서 여전히 부족하고 빈틈이 많아 공중전에 의존하는 선거 역량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자성했다. 이어 문 전 후보는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성찰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이번 패배야말로 오히려 앞으로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평해 본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의 목소리는 간혹 떨리기도 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인사말을 마쳤다. 이 자리에는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한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부겸·박영선·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홍영표 종합상황실장, 박용진 대변인 등과 캠프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 고문은 “저희가 승리를 만들어내지 못해 큰 죄를 지었다.”면서 “집권을 못했지만 문 후보를 통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잘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단식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이뤄졌지만 한 청년 자원봉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히는 순간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아침에 오랜만에 양복을 입으면서 어떤 넥타이를 맬까 하다가 김근태 상임고문의 유물인 넥타이를 골라 맸다.”면서 “정권교체는 실패했지만 문 후보가 말씀하신 문제점을 고치고 앞으로 한치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2012-12-2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