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 데비아 소벨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아예 대본을 썼다. 그것도 아마추어 같지 않게 말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비아 소벨 지음, 장석봉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펴들었다면 2부 ‘그리고 태양은 정지해 있다’ 편을 꼭 읽어보는 게 좋겠다. 전체 2막으로 구성된 희곡 대본인데 코페르니쿠스가 평생 숨겨 왔던 지동설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 과정을 다뤘다.평생 연구 결과를 모은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 책으로 인해 ‘인간은 우주 중심에서 있던 자신의 자리를 잃었고’, ‘모든 은하에서 빛나는 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거대함에 비교하면 무에 가깝고’, 이 ‘암흑 물질조차도 우주의 4분의3을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와 비교하면 왜소’하다는 결론에 도달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우주에서 중심, 기준, 잣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가 죽을 때까지 지동설을 꼭꼭 숨겨둔 이유로 흔히 신앙이 거론된다. 당시 종교개혁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건만, 그는 평생을 독실한 천주교 성직자로 살았다는 정황이 추가된다.
저자는 이 해석에 의문을 표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이미 자신의 주장을 천문학자들 사이에 회람시킨 바 있다. 알 만한 사람은 그의 주장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들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까지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동설이 뭔지 감은 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 때문에 말년의 코페르니쿠스를 찾아온 젊은 수학자 레티쿠스에게 주목한다. 지동설을 공개토록 한 사람이 레티쿠스여서다.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자가 이 부분을 상상해 희곡 대본으로 꾸몄다. 저자는 여기서 코페르니쿠스를 신앙 문제보다 바보 취급 당할까봐 지동설을 숨긴 순박한 사람으로, 레티쿠스를 지동설이라는 주장이 불러올 파장까지 모두 짐작하고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응책까지 마련한 꾀돌이로 묘사했다.
뉴욕타임스 과학기자 출신으로 딱딱한 과학 얘기를 문학적으로 잘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글솜씨가 좋다. 이 책과 함께 저자의 ‘과학혁명 3부작’이라 불리는 ‘경도 이야기’, ‘갈릴레오의 딸’도 함께 출간됐다. 1만 6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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