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강영실 동무/박정현 논설위원

[씨줄날줄] 강영실 동무/박정현 논설위원

입력 2012-11-14 00:00
수정 201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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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시 일화를 올해 소개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섰는데 키가 같았다. 나는 당시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그도 그랬다.”고 회고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얘기다. 부전자전일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키높이 구두를 신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의 키는 168~170㎝, 몸무게 90㎏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대한 체구에 비해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새터민(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세 이상 성인의 평균신장은 남자 165.4㎝, 여자 154.2㎝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남자 161㎝, 여자 149㎝)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결과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을 굶주림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

17~25세 청년들의 체격이 왜소해지면서 북한군의 징집 기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병력 확보를 위해 140㎝이던 하한선은 137㎝로 낮아졌다. 이쯤 되면 일반적인 군인이 아니라 ‘소년 군인’이라고 할 만하다. 김일성 주석 사망과 수해를 겪은 이듬해 200만~3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시절 태어난 1995년생들이 입대 중이다. 개성공단 진입도로변 북측 초소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6일 귀순한 북한군의 키는 180㎝로 컸으나 몸무게는 고작 46㎏으로 깡말랐다. 과거에는 출신성분이 좋은 병사들이 개성공단에 배치됐으나, 귀순 병사는 ‘비정상적’인 키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 가운데 아사자가 속출한다. 300~400명의 대대급 부대에서 한 달에 굶어죽는 군인이 3~4명쯤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북한군을 은어로 ‘강영실’(강한 영양 실조) 군대라고 부른다. 지난달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넘어 ‘노크 귀순’한 키160㎝, 몸무게 50㎏의 북한 병사가 이를테면 ‘강영실 동무’다. 우리 군인들이 그에게 라면을 끓여줘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은 북한 사회에서 굶주림을 해결하는 주요 식량으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한 달 월급 3000~4000원을 받는 북한 주민이 무려 500원을 주고 컵 라면을 사먹고, 탈북자들이 두고온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물건 1위가 라면이다. 통일 후 남북 주민들의 체격과 생활 수준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2012-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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