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 사업비 82%↑ 환경개선비는 80% 삭감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화장실 개선, 노후시설 보수 등 학교 현장의 시설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으로 복지예산이 급증한 때문이다. 보수진영이 무상급식 확대 반대 논리로 내세워 온 “복지예산을 확대할 경우 시설 개선 등 시급한 문제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12월 19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교육 관련 복지예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서울시교육청은 올해보다 3.5% 늘어난 7조 3689억원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오는 9일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시설사업비가 올해보다 급감하고 무상교육지원 분야 예산이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시설사업비 중에서는 예산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학교 신·증설 예산만 343억원으로 올해보다 18.3% 늘었을 뿐 학교시설의 증·개축, 교육 환경 개선, 급식 환경 개선, 행정기관시설 분야 등은 모두 70~80%가량 줄었다. 올해 95억원이 투입된 화장실 개선 사업을 비롯해 냉난방 개선, 창호 교체, 소방시설 개선, 바닥 보수, 외부 환경 개선, 도장 등은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다만 지난여름 태풍과 폭우 등으로 학교시설의 누수 피해가 심각했던 점을 고려해 방수공사 사업비만 142억원으로 올해보다 60% 늘었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 사업에 투입됐다. 무상교육지원 분야 사업은 8026억원으로 올해보다 3620억원(82.2%)이 늘었다. 올해 5세를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은 내년 3~5세로 확대되면서 2573억원(124.5%)이 늘었고 무상급식 예산도 899억원이 추가로 늘어났다.
이 같은 시교육청 예산 구조 변화는 다가오는 시교육감 재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상교육이 먼저냐, 학교시설 개선 등 교육 여건 조성이 먼저냐는 문제는 보수와 진보 교육계를 가르는 핵심 논란이었다. 지난 2일 보수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는 “무상급식의 기본 취지는 좋지만 지금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당선될 경우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정책을 수정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반면 단일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진보교육계에서는 무상교육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11-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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