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고용투자 지원·내수진작서 성장동력 찾아라”

“中企 고용투자 지원·내수진작서 성장동력 찾아라”

입력 2012-10-29 00:00
수정 2012-10-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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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장기불황 타개책은… 전문가 10인 긴급진단

나빠도 너무 나쁘다. 우리 경제가 이미 체력이 바닥나 ‘위기 상시’ 상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17일 16.28에서 26일 19.00으로 올랐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 지수옵션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30일 뒤 주가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상하는 지표다. 증시 방향과 거꾸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서 공포지수라고 불린다. 아직 위험수위인 ‘26’까지는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가는 데 선진국의 두 배인 15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경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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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가 안 보이는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신문이 28일 경제 전문가 10인에게 물은 결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환율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는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내수 기반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새누리당의 ‘10조 경기부양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난해 대비 5.3% 지출을 늘렸는데 1~2% 포인트 정도 더 높여야 할 것”이라면서 “대선 주자들이 경기부양책을 준비한 뒤 최대한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대외경기가 통제불능 상황인 만큼 내수에서 동력을 찾아야 한다.”면서 “가계빚 부담에서 벗어나야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때문에 하우스푸어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노동과 자본 등 투입이 적으니 나오는 것도 없는 것”이라면서 “여성인력 활용 등 노동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화 등으로 인해 (노동과 자본 등)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인적 자본 고도화 등 한국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내놓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선진국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평균 8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07년 2만 달러를 달성한 뒤 5년째 ‘2만 달러 함정’에 머물고 있다며 여기서 벗어나려면 바이오 나노, 녹색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서비스업의 수출산업화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확산으로 연결돼 투자도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영 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금융 지원은 한계에 다다른 기업 수명까지 연장시키는 역효과가 있는 만큼 금융 지원을 줄이고 고용 중심 지원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과 투자를 살리려면 토지 무상 제공이나 법인세 감면 등 파격 유인책이라도 써서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한번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카드대란 등으로 여러 차례 증명됐다.”면서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수익이나 임금은 조금 낮추더라도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거시정책의 효과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는 만큼 한두 차례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10조 경기부양론과 관련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확실하게 추진한다는 전제하에서 과감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찬성론과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카드 대란’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홍순표 투자전략부장)는 신중론이 교차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10-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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