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처벌규약 위배 소지 다분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또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가 등장해 빈축을 샀다.일본의 욱일승천기 사용과 경기장내 반입금지를 위한 대응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안 의원은 “욱일승천기는 나치 문양과 같은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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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8강전에서 소수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 때 사용한 ‘대동아 깃발’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긴다.
스포츠 경기에서 욱일기 응원을 하는 것은 침략전쟁과 그 과정에서 이뤄진 범죄를 미화하는 것으로 인식돼 혐오감과 모멸감을 자아낸다.
그뿐만 아니라 순수한 종목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FIFA가 제정한 규정도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가 있다.
FIFA의 최신판 처벌규약(Disciplinary Code)은 64조에서 관중의 책임을 규율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홈 관중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홈팀의 축구협회가 벌금형 이상의 제재를 받는다.
어떤 형식으로든 모욕감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슬로건을 내보이는 행위도 부적절한 행동 가운데 하나로 명기돼 있다.
이번 대회에서 포착된 욱일기 응원 때문에 일본축구협회가 제재를 받고 앞으로 욱일기가 축구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욱일기 응원이 한 차례도 공론화된 적이 없어 FIFA는 이 사안에 대해 무지한 상황이다.
과거 한일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욱일기를 보고 불쾌감을 표출한 적이 있었으나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뒤따르지 않았다.
FIFA 법규에 정통한 축구계 관계자는 “욱일기가 축구장에서 퇴출될지는 FIFA가 욱일기 응원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FIFA가 욱일기 응원의 성격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모순에 빠질 수 있어 자체 조사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정 사안이 정치적인지 판정하는 역할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지닐 수 있는 까닭에 FIFA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럽 축구장에서는 욱일기처럼 인종주의, 침략전쟁, 전쟁범죄 등을 환기하는 나치의 갈고리십자가가 절대적인 금기로 퇴출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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