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동메달 놓고 숙명의 한·일전
축구 경기가 원래 비장하기 마련인데 일본전은 더더욱 그렇다. 첫 메달을 향한 투지 만큼이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향한 승부욕이 들끓고 있다. 향후 10여년 두 나라의 축구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자존심을 건다.삼바축구의 벽 실감
올림픽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김보경(등번호 7번·카디프시티)이 8일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 도중 상대 선수의 태클을 피한 뒤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김보경(등번호 7번·카디프시티)이 8일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 도중 상대 선수의 태클을 피한 뒤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홍명보 감독은 8일 브라질과의 준결승을 마친 올드트래퍼드에서 “(동메달 결정전은) 좋은 마음으로 후회 없이 하고 싶다.”는 담백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전통적으로 패싱게임을 한다. 미드필드 싸움이 중요한데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 감독은 또 “런던올림픽 본선 처음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 기성용(셀틱)과 발을 맞추게 했는데 많이 삐걱거렸다.”면서“(원래 멤버인) 박종우(부산)가 돌아오면 중원 수비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감독이 꼼꼼하게 전술을 얘기하는 사이 김태영 코치는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흘렸다.
선수들과는 살짝 온도 차가 있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젊은 태극전사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타도 일본”을 외쳤다. 주장 구자철은 “아무리 강한 각오를 내뱉는다 해도 말로 표현이 안 될 것 같다. 더 강하게 정신 무장을 해서 반드시 일본을 꺾겠다.”고 했다.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일본에는 못 진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막아내 승리한다.”고 눈을 빛냈다. 특히 기성용은 한·일전에 쏟아지는 관심과 긴장을 즐기는 눈치였다. 그는 “일본전은 항상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이럴 때 이긴다면 금메달 딴 것 못지않게 기쁠 것 같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한·일전에서 지면 4강까지 올라온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전·현 J리거들의 분석(?)도 이어졌다. 정우영(교토 상가)은 “일본은 점유율이 높지만 한 방이 없다. 우리 조직력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했고,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은 “일본은 짧은 패스 위주의 조직적인 팀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이긴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미야에서 활약했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일본은 브라질, 영국 정도로 강한 팀은 아니다. 멘탈이 약하다.”고 지적했고, 세레소 오사카에서 뛴 김보경(카디프시티)은 “세레소의 기요다케를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맨체스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8-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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