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밀·대두값 한달 만에 20~40% 급등
최근 잠잠했던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남미와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에 지속된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와 밀, 대두 등의 가격이 한 달여 만에 20~40% 급등했다. 보통 국제 곡물가격이 4~7개월 뒤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15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12월물 선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부셸(옥수수는 25.4㎏, 소맥·대두는 27.2㎏)당 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1일 5.10달러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6주 만에 45.1%나 치솟았다.
소맥(밀) 9월물도 같은 기간 6.30달러에서 8.47달러로 36.0% 급등했으며, 대두 11월물은 23.4%(12.58달러→15.52달러) 올랐다. 미국 중서부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 심각한 가뭄이 들면서 주요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12%가량 낮춘 3억 2766만t으로 조정했고, 내년도 재고 전망치도 큰 폭으로 낮췄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수입물가에 전가된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두부와 빵, 국수 등 식료품과 외식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0.8%, 콩은 8.7%에 불과해 국제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상이변을 유발하는 엘니뇨 현상이 7~9월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곡물가격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엘니뇨는 2002~2003년 세계 곡물 생산량을 5326만t(2.8%)이나 감소시켰으며, 미국 옥수수 선물 가격은 50%나 급등하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농식품부는 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 관측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옥수수와 콩은 12월분까지, 밀은 10월분까지 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초 국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글로벌 복합 불황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은 하반기 세계경제에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며 “선제적 차원에서 주요 곡물 재고를 확대하고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2-07-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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