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의 반란

사육곰의 반란

입력 2012-07-16 00:00
수정 2012-07-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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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수익’ 귀하신 몸→전세계 보호여론에 판로 막혀 전국 1100여마리 사료값도 충당못해 천덕꾸러기로

잊어버릴 만하면 시설을 탈출하는 사육 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허술한 사육시설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용인 농가 탈출 반달곰 2마리 사살

지난 4월에 이어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의 한 곰 사육 농가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야산으로 달아났다가 사살됐다. 우리를 빠져나온 반달곰 중 한 마리는 탈출한 지 얼마 안 돼 사육장 인근 야산에서 사살됐고, 나머지 한 마리는 탈출 다음 날인 15일 오전 사육장으로부터 400~500m 떨어진 야산에서 엽사에 의해 사살됐다. 이 농가에서는 4월에도 사육 곰 한 마리가 탈출해 등산객 1명을 물고 달아났다가 사살된 바 있다. 사육 곰 탈출로 경찰이 동원되고 등산로가 폐쇄되는 등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동물단체들은 15일 곰 사육 폐지를 위해 국가 예산을 배정하고 사육 곰을 전량 사들이라고 요구했다.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현재 곰 사육 농가들은 판로가 막혀 시설이나 사료값을 충당하기도 버거워 사육 곰들이 학대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일괄적으로 사육 곰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59개 사육장에서 1077마리(지난해 말 현재)의 곰이 사육되고 있다. 사육 곰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대부분이다. 농가에서 곰을 사육하게 된 것은 1981년부터다.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당시 농림부(산하 산림청)가 곰 수입을 제안, 허용했다. 일본·말레이시아 등에서 어린 곰을 수입해 키운 뒤 다시 팔아 이익을 얻는 일종의 ‘곰 사육 무역’이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곰을 학대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사육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동물단체 “정부가 일괄 사들여야”

결국 정부는 1985년 7월 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아울러 1993년에는 멸종위기종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사육 곰들의 판로가 막혀버렸다. 현재 합법적인 수입원은 사육 농가끼리 새끼를 사고팔거나, 나이 많은 곰(10년 이상)을 용도 변경해 가공품(웅담) 재료로 사용하는 것밖에 없다. 2005년부터는 ‘야생 동식물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사육시설 권고 기준 등이 추가됐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2005년 이전에 등록한 농장에 대해서는 관리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두 차례나 곰이 탈출한 농장 역시 1981년부터 곰을 수입해 사육한 곳으로, 관리지침 적용을 받지 않았다.

●환경부 “9월 용역결과후 대책 마련”

김광수 사육곰협회 사무국장은 “정부는 멸종 위기종이라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용도 변경을 통해 선택적으로 도축을 허용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규석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9월쯤 유전자 감식 등 용역결과가 나오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2012-0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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