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할머니’ 해사에 1억 쾌척

‘제과점 할머니’ 해사에 1억 쾌척

입력 2012-07-09 00:00
수정 2012-07-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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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생도들과 인연 66년… 사위도 제독 출신

해군사관학교 개교 당시부터 66년 동안 생도들과 어머니와 같은 각별한 인연을 이어 온 할머니가 1억원을 해사에 쾌척해 화제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광화동 소재 진해제과 창업주인 문상이(88) 할머니. 문 할머니는 해사 부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며 모은 1억원을 예비역 해군소장인 사위와 함께 지난달 7일 해사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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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해군사관생도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구립노인요양원에서 문상이(왼쪽) 할머니와 조충현(오른쪽 두 번째) 예비역 제독을 만나 옛이야기를 듣고 있다. 해군 제공
지난달 30일 해군사관생도들이 서울 서초구 서초구립노인요양원에서 문상이(왼쪽) 할머니와 조충현(오른쪽 두 번째) 예비역 제독을 만나 옛이야기를 듣고 있다.
해군 제공
해방 직후인 1946년 당시 22세였던 문 할머니는 제빵기술을 보유한 남편 전덕춘(1969년 작고)씨와 함께 해군사관학교 부근에 진해제과를 창업했다. 문씨 부부는 해방 직후 피폐한 경제상황 속에서 고된 훈련으로 허기진 사관생도들이 찾아오면 빵값보다 휠씬 많은 빵을 주거나 때로는 돈을 받지 않고 나눠 주기도 했다. 또한 휴일에는 외출·외박 후 부대 복귀 버스를 타야 하는 생도들이 밖에서 기다리지 않게 가게 1층에 쉼터를 마련했으며 살림집으로 쓰던 가게 2층 한쪽에는 외출·외박 때 집이 멀어 고향에 갈 수 없는 생도들이 잠을 잘 수 있는 방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해군 관계자는 “문 할머니는 1988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나셨으나 해사를 졸업한 장교들에게는 여전히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문 할머니는 “생도들은 하나같이 아들이나 동생 같았다.”며 “이들이 고된 훈련으로 얼마나 허기졌겠는가 싶어 빵이라도 실컷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관생도들과의 이 같은 인연으로 문 할머니는 평소 눈여겨보았던 조충현(78·해사 13기)생도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시켜 주기에 이른다. 조 생도는 지난 1964년 문 할머니의 딸과 결혼 이후 해군 소장까지 진급하고 전역했다.

문 할머니는 지난해 딸인 전원자씨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전씨에게 물려주려던 유산을 해사발전기금으로 기탁하자는 의견을 사위인 조충현씨에게 밝혔다. 이에 조씨가 금액을 더 보태 1억원을 기탁하게 된 것이다.

문 할머니는 “내가 생도들에게 도움을 준 것보다 생도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았다.”며 “이번에 기증한 성금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2012-07-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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