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열어주는 ‘인생 비상구’

시인이 열어주는 ‘인생 비상구’

입력 2012-06-02 00:00
수정 2012-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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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위안】 김경미 지음/교양인 펴냄

‘심리학의 위안’(김경미 지음, 교양인 펴냄)은 시인이 지은 심리학 책이다. 보다 정확히는 심리학의 여러 이론과 실험들을 쉽고 간결하게 현실에 적용한 심리 에세이에 가깝다. 책엔 골치 아픈 인과관계도 없고, 외워야 할 전문 용어도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잔잔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에게 30대는 삶의 갈림길이다. 최승자 시인의 표현대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회사에서 계속 승진 경쟁을 해야 하는 건지, 결혼을 하고 영화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건지 등을 두고 고민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대니얼 레빈슨의 표현을 원용해 ‘여성들의 인생 난이도가 중에서 갑자기 최고 난이도로 바뀌는 시기’라고 30대를 정의한 뒤 “30대야말로 오히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는 시기’가 된 것”이라며 완곡하게 비튼 비상구를 제시한다.

책은 이처럼 화두를 던지고, 심리학자의 분석을 곁들인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완곡하되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요즘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흔히 꼽지만, 정확히는 ‘성격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이혼한다고 했다. 차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걸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그 예가 상담심리학자 조성환이 쓴 ‘성격’에 나온다. 그는 성격을 ‘인식형’과 ‘판단형’으로 나눈다. 밤 11시께 친구가 근처에 왔다며 나오라고 전화했다 치자. ‘인식형’은 어지간하면 입고 있던 차림새 그대로 나간다. 반면 ‘판단형’은 시간이 있어도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는다.

우정이 약해서는 아니다. 단지 성격상 즉흥적인 일에 대한 거부감이 클 뿐이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니, 우정에 ‘쨍~’하고 금이 간다.

책은 도식적인 판단 기준, 예컨대 악한 부정이나 착한 긍정 등을 무조건 인정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가 정신을 깨우고, 멋진 불행도 있으며, 지키지 못할 결심도 하는 게 낫다는 식이다. 책의 핵심은 자명하다. 알면서도 결과가 두려워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내 안의 두려움과 만나라.’는 거다.

다소 어색한 비유도 옥에 티처럼 나온다. 걱정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생명과 만찬의 원칙’이 예다.

책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가젤 영양은 살기 위해, 치타는 ‘맛있는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치타가 개그 콘서트 ‘네가지’에 출연했다면 “나도 살기 위해 달려!”라고 외쳤을 거다. 단 한순간도 야생에서 ‘그저 한 끼 식사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치열한 야생을 느슨하게 비유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결론이 다소 맥빠지게 와닿는 경우도 생긴다. 1만 4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2-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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