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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양날의 칼’과 같다. 예능을 잘 이용하면 친숙함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잦은 노출로 이미지의 소모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톱스타들일수록 예능 출연에 신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섭외가 까다로운 스타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 KBS 2TV의 ‘개그콘서트’다. 2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 때문에 두세 달씩 대기자가 밀려 있다고 한다. 한 가수의 매니저는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신곡 홍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적기 때문에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보다 ‘개콘’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콘’ 가운데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코너는 바로 ‘생활의 발견’이다. 이 코너는 초반부터 극을 이끌어야 하고 출연 분량이 길어서 어느 정도 연기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개콘’ 제작진은 출연자의 매니저와 콘셉트에 대한 회의를 거친 뒤 보통 녹화 이틀 전에 대본을 전달한다. 출연자는 개별적으로 연습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개콘’의 엔딩 코너인 ‘감수성’은 가수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너. 극 연기에 대한 부담이 없고 짧고 굵게 자신들의 노래를 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인뿐만 아니라 김장훈, 미쓰에이, 씨엔블루 등 인기 가수들이 몰리고 있다. ‘개콘’ 제작진은 “분장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가수도 많다.”면서 “사전에 일찍 와서 개그맨 김준호, 김대희 등이 출연자들의 연기를 다듬어 준 뒤 바로 녹화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SBS의 ‘런닝맨’도 연예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유는 구구절절하게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을 필요 없이 무조건 열심히 뛰고 달리는 모습만 보여 주면 되기 때문. ‘런닝맨’은 나이가 어린 시청층부터 즐겨 보는 데다 건강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SBS ‘힐링캠프’는 가볍지 않은 토크쇼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무게감 있는 스타들이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도 적지 않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비인기 프로그램이라도 마지막에 뮤직비디오를 틀어 주는 경우가 많아 영세한 소속사의 가수들은 출연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부 방송사는 방송 출연 횟수가 순위 프로그램의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기 가수라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한 걸그룹 소속사의 이사는 “그 주에 순위 프로 1위에 올랐다면 일단 방송에서 노래가 많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예능 프로에 출연을 많이 해 뮤직비디오 등 방송횟수를 늘리는 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연예기획사는 더 ‘전략적으로’ 예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섭외가 어려운 톱스타를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대신 신인들의 출연을 보장받는 ‘1+1 출연’ 전략이다. 물론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한 군소 연예 기획사 이사는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톱스타가 있는 대형 기획사는 신인들이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고, 그렇지 않은 회사에는 기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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