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보물 훼손 가능성 많아 조건 없이 기증 결심”

“국가적 보물 훼손 가능성 많아 조건 없이 기증 결심”

입력 2012-05-07 00:00
수정 2012-05-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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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없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자 조용훈씨

“그대로 두다간 국가적인 보물이 훼손될 가능성이 많아서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직후 도난당해 행방이 묘연한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상주본)의 소유자 조용훈(67·골동품상 운영)씨가 상주본의 소유권을 국가로 넘기기로 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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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본의 소유자 조용훈씨는 “국가에 소유권을 넘겨 후련하다.”면서 하루빨리 상주본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성호 PD wave56@hanmail.net
상주본의 소유자 조용훈씨는 “국가에 소유권을 넘겨 후련하다.”면서 하루빨리 상주본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성호 PD wave56@hanmail.net


●1조원 가치… 10일 항소심 2차 공판

조씨는 상주본을 훔쳐간 배모(49·경북 상주시)씨를 상대로 지난 4년 동안 형사고발, 소유권 이전 소송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대법원까지 간 민사소송에서는 상주본을 조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났지만 배씨는 끝까지 “내 것”이라고 주장하며 숨겨놓은 물건을 내놓지 않았다. 배씨는 지난해 8월 문화재보호법 위반(절취, 은닉) 혐의로 구속돼 대구지법 상주지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구지법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상주본의 훼손을 우려한 문화재청은 지난해 일정한 보상을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 받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조씨 설득에 나섰다. 소유권을 국가가 가져오면 “조씨에게만은 절대로 넘길 수 없다.”는 배씨가 상주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물건이 수중에 없지만 1조원가량의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상주본 소유권을 조씨가 국가에 넘길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배씨가 상주본을 내놓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법정 분위기를 전해 들은 조씨에게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조씨가 문화재청 사범단속계 강신태 반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지난달 28일. 그리고 지난 3일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에 부인과 함께 찾아가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조씨는 “아무런 보상이나 조건 없이 국가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소회에 대해 “속이 후련하다.”고 덧붙였다. 통상 이런 기증의 경우 국가에서 문화재 감정가의 20%를 기증자에게 주게 돼 있다. 물론 실물을 찾아 문화재위원의 감정 및 평가를 거친 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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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이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잠시 세상 빛을 봤다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다. 오른쪽은 이 해례본과 동일 목판본으로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70호 해례본(간송본)의 복사본이다.  문화재청 제공
왼쪽 사진이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잠시 세상 빛을 봤다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다. 오른쪽은 이 해례본과 동일 목판본으로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70호 해례본(간송본)의 복사본이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손수 공권력 집행 가능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오면 무엇이 달라질까. 국가 소유가 되면 문화재청이 상주본을 찾기 위한 강제집행력을 갖는다. 지난달 12, 13일 이틀간 배씨 집과 주변에서 이뤄진 상주본을 찾기 위한 ‘물품인도 강제집행 압수수색’은 조씨가 법원에 신청해 이뤄졌다. 상주본을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앞으로는 문화재청이 번거로운 절차 없이 국가 소유 문화재를 회수하기 위한 공권력을 손수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최선의 방법은 배씨가 국가에 상주본을 내놓는 것이다.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재판장은 피고 배씨에게 “다른 얘기 필요 없고 상주본의 행방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배씨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앞서 1심 재판을 맡은 김기현 재판장은 지난 2월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 “상주본을 내놓으면 선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배씨에게 충고한 바 있다. 2차 공판이 열리는 오는 10일 배씨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진공포장해 파묻었다는 첩보 있어

상주본의 보관상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추측이 나돈다. 문화재청 강신태 반장은 “골동품 상식이 있는 배씨가 서울에서 10만원을 들여 진공포장을 해 항아리에 넣어 파묻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실물 없는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의 기증서 전달식은 7일 오후 1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울 황성기·상주 김상화기자

marry04@seoul.co.kr

2012-05-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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