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0조원대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 등을 유치한 것처럼 속여 노인 2496명에게서 194억원을 받아 가로챈 T커뮤니티 대표 이모(55)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지사장 박모(43)씨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6년 2월부터 5년 10개월 동안 서울과 부산, 울산 등에 사무실을 차려 전국적인 조직망을 꾸린 뒤 노인투자자들을 꾀어냈다. 이들은 사업 규모가 70조원에 이르는 연장 4500㎞의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을 시작으로 중국과 합작한 100조원대 컴퓨터 사업과 여기에 관련된 모니터 판매사업 등 7개 사업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노인들에게는 “지금은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이지만 6개월 내에 수천 배까지 뛸 것”이라고 속여 투자를 유도했다. 사업의 일부 내용이 유력 일간지에 실리기도 해 투자자들은 까맣게 속았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사업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이들이 제시한 사업 가운데 모니터 판매사업의 경우 월평균 3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직원 6명이 하루 5대를 생산하는 수준이었으며 이마저도 자금이 없어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브라질 철도사업 역시 브라질 주정부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정작 철도사업의 사업권은 연방정부에 있었다. 이들은 예비타당성 조사에 드는 용역비 150억원이 없어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외국 국책사업을 내세운 이 회사의 잔고는 고작 20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70%는 컴퓨터나 주식을 잘 모르는 60~90대 노인들이었다. 이씨 등은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노인들에게 점심값 3000원과 주식 1주를 거져 주면서 환심을 샀다. ‘늙어서 괄시 안 받고 유망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투자하겠다는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여기에 속아 많게는 5억 3000만원까지 투자한 노인도 있었다. 전직 공무원도 많았다.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 등을 투자했다가 날린 뒤 이혼을 당하거나 생활고를 겪는 피해 노인들도 많다고 경찰은 전했다. 회사도 철저하게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했다.
경찰은 “노인들의 투자금 중 상당액은 강남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유흥비나 대표 이씨가 총재로 있는 운동 연맹 취임식 비용 등으로 탕진했다.”면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됐지만 일부 피해 노인들은 여전히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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