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위기… ‘작은교회’가 대안이다

한국 개신교의 위기… ‘작은교회’가 대안이다

입력 2012-04-07 00:00
수정 201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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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K, 교회를 나가다】 김진호 지음/현암사 펴냄

한국 개신교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적어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는 많이 걱정한다. 중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당장 운영조차 힘든 교회들이 즐비하다.

그런가 하면 교회와 목회자의 배타적 일탈과 고집스러운 편협성은 ‘공공의 적’으로까지 공격받는다. 개신교가 맞닥뜨린 유무형의 퇴조와 위기는 개신교 스스로가 자초했다면 잘못일까.

‘시민 K, 교회를 나가다’(김진호 지음, 현암사 펴냄)는 한국 개신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대안적 미래를 짚어 낸 일종의 한국 교회 보고서다. 한국 개신교계에서 ‘방외의 신학자’로 통하는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정색하고 한국 교회의 명암을 솔직하게 들춰낸다. 우선 그가 말하는 한국 교회의 특성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배타성과 성공(혹은 성장) 지상주의, 극우반공, 친미성이다.

그러면 그 네 가지의 특성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저자는 먼저 한국 교회가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 장로교(북한 황해도·평안도에서 활발히 선교)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배타성의 시작이 그것이다. 이후 북한 땅에서 버티지 못한 근본주의 성향의 교회들이 남하해 세운, 이른바 월남교회를 주축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군사정권 시절 거셌던 산업화와 성장의 깃발에 교회들이 맞장구를 치며 동참한 결과가 전대미문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장에 매몰된 나머지 참신앙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교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담임목사 세습과 교회 매매, 목회자 탈선은 바닥까지 팽개쳐진 교회 윤리의 절절한 징후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눈에 띄게 교세가 줄고 있는 그 바탕엔 바로 타자(이웃)의 존재와 가치를 철저하게 외면한 채 ‘나와 우리 교회’만의 외형적인 크기를 위해 살았던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교회는 외형의 성장이 아닌 영적인 부활을 절실하게 느끼고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계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곳곳에서 생겨나 알게 모르게 이웃과 호흡하며 활동하는 독립적인 ‘작은 교회’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 ‘작은 교회’는 물론 규모의 작음에 국한하지 않는다. 겉으론 작은 교회를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큰 교회를 닮으려는 교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삶에 대한 권리와 자아에 눈뜬 이들이 타자와 함께하는 진정한 공생과 부활의 교회를 대안으로 삼는다.

혼돈의 상황,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 절대자에 의지하고픈 사람이 늘고 있음을 ‘신의 귀환’으로 여기는 저자. 그는 ‘귀환한 신’을 위해 이제 작은 교회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작은 교회를 ‘시민 교회’라 부른다. 1만 38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4-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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