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밀리면 끝장”… 부동층·중도층 흡수 화력집중
4월 총선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에서 여야가 난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48곳과 인천 12곳, 경기 52곳 등 수도권 112개 선거구 가운데 여야가 안정권으로 꼽는 곳은 각각 40곳을 밑돈다.새누리당은 25~40석, 민주당은 40석 정도를 우세 지역으로 꼽고 있다. 최소한 32곳에서 많게는 50곳 가까운 지역이 아직 승패를 점치기 힘든 안갯속 선거구인 셈이다. 여야의 이 같은 전망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 진영을 흡수하기 위한 엄살 작전이기도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나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도권은 역대 선거에서 전체 판도를 가르는 승부처였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고 4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기반이 된 곳이 수도권이었다. 그러나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투표일을 불과 13일 남겨 놓은 29일까지도 판세 예측이 힘든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서울신문의 21~22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42.8%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40.2%)에게 앞섰다. 하지만 매일경제의 10∼11일 조사에서는 홍 후보(23.6%)가 정 후보(22.6%)를 근소하게 눌렀다. 중구도 엇갈린다. 같은 시기 서울신문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가 41.2%로 민주당 정호준 후보(40.0%)를 앞섰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16∼17일 조사 때는 정호준(25.7%) 후보가 정진석(21.0%) 후보를 따돌렸다.
이곳 말고도 서대문을, 동대문을, 영등포을, 은평을, 강동갑, 양천갑 등 상당수 지역에서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 내 혼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이르는 25곳 정도가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여야는 4월 11일 총선 투표일까지 수도권 지지표 결집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여야 지도부가 모두 서울과 수도권으로 달려간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수도권과 함께 모두 40개 의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도 승부처로 떠올랐다. 18개 선거구가 있는 부산은 8~9곳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와 민주당 문성근 후보가 맞붙은 북·강서을이 대표적인 혼전 지역이다. 경남에서는 김해을의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혼전이 벌어지면서 전문가들의 선거 예측도 한층 신중해졌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산·경남은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기본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수도권에서는 원래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민주당 공천 과정 등에서 국민들이 실망해 상황이 달라졌다. 수도권의 분위기가 나머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이길 것이지만 압승은 어려울 것이다. 부산·경남에서도 야권이 고전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새누리당이 끌고 가는 구도로 바뀐 만큼 결국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정권 심판론’이 남은 기간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이춘규 선임기자·이성원기자
taein@seoul.co.kr
2012-03-30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