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ℓ당 15원·휘발유 7원 수출가보다 높아
지난 1월 정유 4사가 국내에 경유를 공급할 때 수출가보다 ℓ당 15원 가까이 비싸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휘발유 역시 7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판 것으로 분석됐다.5일 서울신문이 한국석유공사의 원유제품 수출입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경유의 국내 세전 평균 공급가격은 ℓ당 1019.20원, 수출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8달러, ℓ당 932.03원(1월 평균 원·달러 환율 1145.85원 적용)을 기록했다. 내수 공급가는 수출가보다 87.17원 더 높았다.
내수 공급가에는 수출가와 달리 국내 유통비(수송·저유비, 판매·관리비 포함)와 수입 관세(3%), 수입부과금(ℓ당 16원) 등 세금이 더 붙는다.
업계에 따르면 1월 국내 유통비는 ℓ당 33원, 관세 등은 39.9원이다. 유통비와 세금 등을 감안해도 내수 공급가가 수출가보다 14.27원 비싸다.
휘발유도 마찬가지다. 같은 달 휘발유의 국내 세전 평균 공급가격은 ℓ당 942.68원, 수출 평균 가격은 862.14원이었다. 유통비와 세금 등을 뺀 내수 공급가 역시 수출가보다 7.49원 높았다.
수출 가격이 내수 공급가보다 저렴한 현상은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경유의 경우 지난해 유통비와 세금 등을 뺀 내수 공급가는 ℓ당 893.51원으로 수출가(지난해 환율 1108.02원)인 874.77원보다 16.74원 높았다. 여기에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국제 표준인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견줘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거나 오히려 낮은 가격에 수출했다.
지난해 경유 수출 가격은 ℓ당 874.77원으로 싱가포르 시장 평균 가격인 876.22원보다 되레 1.45원 낮았다. 휘발유 수출가는 싱가포르 가격보다 4.79원밖에 높지 않았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할 때 냈던 39.9원의 세금을 수출 때 되돌려 받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장은 “정부와 정유사 등은 최근 유가 급등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알뜰주유소 설치 등 우회 정책보다는 본질적으로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 거래되는 경유는 황 함량이 국내 기준치보다 높아 국내 제품의 정제 비용이 더 들고, 월별로는 유통비용 등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수출가가 내수가보다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3-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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