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변심/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변심/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2-01-30 00:00
수정 2012-01-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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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A그룹 회장이 사석에서 참석자들한테 물었던 얘기다.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퇴직하면 누가 회사욕을 많이 할 것 같으냐고. 모두 어물어물거리자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원, 부장, 상무, 사장, 부회장 등 직급순이라고. 사원은 하루만 욕하면 그만인데, 부회장쯤 되면 죽을 때까지 욕한다는 것이다.

회사 주인으로선 기가 찰 일이지만 한 직장에 평생 몸을 바친 부회장으로서는 미련 때문인지 서운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 전 횡령 혐의로 사법처리된 B그룹 회장, 내부 폭로로 한때 일선에서 물러났던 C그룹 회장 등도 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사람들이다.

믿었던 사람이 적이 되고 원수가 되는 건 조직사회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친구, 형제, 부모·자식, 부부,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다.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서운하고 괘씸한 마음이 들면 한순간에 마음이 돌아선다. 그게 사람이다. 그래서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추고 말조심하라는 옛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2-0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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