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승부사’ 이세돌… 자서전 ‘판을 엎어라’ 출간
“내 바둑에 쉼표는 있었어도 마침표는 없다.”반상(盤上)의 승부사 이세돌(29) 9단이 성장 과정과 바둑에 대한 철학 등을 자서전 형식으로 엮은 ‘판을 엎어라’(살림출판사·255쪽·1만 3000원)를 펴냈다.
이세돌 9단
이 책은 여섯 살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운 이야기를 비롯해 서울로 올라와 프로기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정상 등극과 추락에 이은 재기까지, 바둑판 위에서 20년을 보낸 역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는 바둑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며 ‘후대에까지 길이 남을,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멋진 명국’을 꿈꾸고 있었다. 이세돌은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면서 “후회 없는, 부끄럽지 않은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한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비금도 출신인 이세돌은 자유분방하면서도 비범하고 당찬 인물로 꼽힌다. 공격적이고 야생마 같은 행보는 천재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체제나 관념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하는 기질은 반상에서는 물론 대국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TV 오락프로에 출연해 외도를 하기도 했고 2009년 휴직 선언과 복직 등 여느 프로기사와 다른 행보로 바둑계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12세에 프로에 입문한 이세돌은 28세까지 세계바둑대회에서 13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2000년에는 이창호의 벽을 넘어 파죽의 32연승을 내달리며 첫 최우수기사(MVP)상을 받았다. 2009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 불참한 뒤 6개월간 휴직했다가 2010년 복귀와 함께 24연승을 다시 질주하며 통산 800승 고지에 우뚝 섰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3개월째 한국 랭킹 1위이며 2년째 상금 랭킹 1위에 올라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2012-01-12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