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도진 검·경 수사권 다툼 국민 속만 터진다

[사설] 또 도진 검·경 수사권 다툼 국민 속만 터진다

입력 2012-01-04 00:00
수정 201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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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경찰서가 대구지검이 내사 지휘한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사 개시 전 내사 지휘를 거부하도록 한 경찰청의 지시를 따랐다는 게 수성서의 설명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로 한 것뿐이라고 경찰은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듯싶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에 내려보낸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에서 알 수 있듯이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 성격이 짙다. 경찰 쪽에서 보면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검찰에게 한방 제대로 먹인 셈이겠지만, 끝없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선 속이 터질 일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경찰이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했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공조하기는커녕 소 닭 보듯 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내사를 한다고 해도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한다면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실한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피해 보는 쪽은 사건 당사자인 국민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경찰 수뇌부가 일선 경찰에게 검찰에 맞대응을 지시한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은 판단이다. 잿밥에 눈이 멀어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거부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대로 하면 검·경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대립과 갈등이 아닌, 어떤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조현오 경찰청장이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한 말이 떠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성서의 일도 따지고 보면 허술한 형사소송법이 빌미가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제80조엔 고소·고발사건과 달리 진정·내사사건에 대한 검찰의 내사 지휘 규정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형소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수성서 사태에서 증명됐듯이 경찰이 검찰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는 있다. 하지만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렇잖아도 선관위 디도스 테러 부실수사로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2012-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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