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살 중학생 ‘왕따’당한 이유 알고보니…

대구 자살 중학생 ‘왕따’당한 이유 알고보니…

입력 2011-12-29 00:00
수정 2011-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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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절친’에서 ‘원수’로…폭행·가혹행위 상당부분 확인

지난 20일 대구에 사는 중학생 A(14)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이틀뒤인 지난 22일 A군이 남긴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공개되자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단순한 자살로 지나칠 뻔 했던 사건의 전말이 속속 밝혀지면서 큰 충격파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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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학생들이 숨진 A군을 괴롭히는데 사용한 도구들을 경찰이 24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학생들이 숨진 A군을 괴롭히는데 사용한 도구들을 경찰이 24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유서에는 A군이 친구로 여겼던 2명의 가해자들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의 가혹행위를 한 점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공분을 샀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이후 1주일여 동안 경찰은 유서에 가해자로 이름이 오른 2명에 대한 조사를 벌인데 이어 A군의 친구 10여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A군의 아파트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하면서 조사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였다.

◇무슨 일 겪었나 =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악몽’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던 B군과 올 초 같은 반이 되면서 시작됐다.

B군은 숨진 A군이 인터넷 게임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게임사이트 접속 ID 등을 알려주며 자신의 게임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학기 초 부탁했고, 초등학교 동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A군은 B군의 게임캐릭터를 키워나갔다.

A군의 부모는 맞벌이였던 탓에 집이 빌 때가 잦았고 A군은 B군과 또 다른 가해학생으로 유서에 이름을 남긴 1명의 친구 등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A군이 키워가고 있던 B군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가 어느날 해킹을 당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잘못된 만남’으로 바뀌게 됐다.

친한 줄로만 알았던 B군은 해킹당한 자신의 게임캐릭터를 복구하라고 재촉했고, 용돈을 들여서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강요에도 A군이 대들거나 대꾸를 하지 않고 요구를 받아들이자 가해친구들은 ‘당연한’ 요구를 하듯 정도를 넘은 지시와 명령을 하기 시작했다.

책을 빼앗거나 숙제를 대신시켰고, 담배 피우기를 강요하고 용돈으로 고급 겨울 점퍼를 구입하도록 한 뒤 이를 빼앗는가 하면 잔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지난 9월을 전후해서는 친구들의 이런 강요에 대꾸라도 할 모양이면 가해학생들은 집에 있던 목검을 휘두르거나 이종격투기용 글러브를 끼고 마구 폭행하기도 했다.

시도때도없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모든 생활에 간섭하며 ‘노예’ 부리듯 A군을 대했다. 가해학생 중 한 명은 A군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 19일 오후 11시36분에도 위협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물고문을 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전깃줄을 목에 감은 뒤 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먹도록 강요하는 등 사람이 사람에게는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가혹행위나 학대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수개월의 폭행과 학대,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A군은 지난 20일 오전 어머니가 출근할 때 인사를 한 뒤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A군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 부위 등에 집중적으로 멍 자국이 발견돼 가해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체벌의 하나인 속칭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도구를 사용해 폭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상당한 힘을 실어서 때려야만 생길 수 있는 줄 형태의 긴 멍 자국도 있었다.

특히 일부 멍 자국은 피멍이나 일반적인 푸른색의 멍이 아니라 색이 노란색 등으로 변하는 상태여서 A군이 오랜 시간에 걸쳐 폭행을 당한 것을 입증했다.

◇경찰 수사 어떻게 되고 있나 =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A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또래들의 말로 하기 힘든 괴롭힘은 계속해 확인되고 있고, 유서에 이름이 오른 학생들을 제외하고도 괴롭힘에 가담한 학생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A군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유서에서 밝힌 B군 등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유서에 있는 내용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물고문’과 ‘전깃줄을 목에 걸고 과자부스러기 주워먹기’ 강요 등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2명에 대해 대질조사를 한 데 이어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하려고 했으나 검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의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한 것으로 나타나 그만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9월중순 이후 모두 15차례 A군의 집에 드나들었다던 가해학생의 진술은 거짓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은 30차례나 집에 출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가해학생 B군의 게임 ID가 모두 845차례나 로그인된 것으로 확인돼 가해학생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A군에게 게임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B군 등의 진술과 A군의 집 아파트 현관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가해학생 가운데 B군은 최소 39차례, 또 다른 가해학생은 16차례 가량 폭력을 휘두르는 등 A군을 괴롭혔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B군 등 2명이 상당기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 가운데 일부 문자메시지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과 관련되는 등 범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100여건을 복구해 분석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A군이 목숨을 끊은 뒤에도 A군의 자살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주고 받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가운데 A군에 대한 폭행 등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석작업을 통해 이들이 문자메시지로 폭행 등을 모의하거나 계획했는지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유서에 이름이 오른 2명을 빼고도 또 다른 동급생 1명이 A군의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 하는가 하면 숙제를 대신 시키고 뺨을 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밖에도 A군의 사는 아파트 현관에 설치된 CCTV 영상에 B군 등 2명과 추가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는 동급행 1명을 제외하고 또 다른 4명의 또래들이 수차례에 걸쳐 A군의 집에 드나든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신원과 함께 범죄 혐의점에 대한 확인작업도 벌이고 있다.

CCTV에 찍힌 학생들 가운데 1명만 피해자 A군과 함께 웃으면서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을 뿐, 나머지 3명은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B군 등과 함께 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A군의 자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중학생은 유서에 이름이 오른 2명과 추가로 가혹행위가 확인된 1명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늘어나게 됐고, 이중 최소한 6명은 A군을 괴롭혔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가해학생들이 1998년생으로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만큼 이번 주 중으로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마친 뒤 검찰과 협의를 거쳐 공갈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신병처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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