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종(掩耳盜鐘)-자기 잘못은 생각 않고 남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 없다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 올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36.8%가 ‘엄이도종’을 꼽았다고 18일 밝혔다.엄이도종은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나오는 말이다.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종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망치로 깨서 가져가려고 종을 쳤더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희는 이 일화를 인용해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수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랑목양’(如狼牧羊·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이 25.7%로 2위에 올랐다. 이는 탐욕스럽고 포학한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고 있다.
3위는 ‘다기망양’(多岐亡羊)으로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尾)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1-1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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