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오돌오돌 떨지마 따뜻하게 지켜줄게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오돌오돌 떨지마 따뜻하게 지켜줄게

입력 2011-12-17 00:00
수정 2011-12-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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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히터 켜고…온돌침대서 지지고…동물원 친구들 겨울나는 법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원이라고 추위가 비켜 갈 리 없는 법. 예전 같으면 대부분의 동물이 실내에 갇혀서 지내는 사실상의 휴장(休場)을 맞았겠지만 이제는 한겨울이라도 야외에서 낮잠도 자고 신나게 뛰어놀기도 한다. 동물 가족들의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사육사와 수의사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한다. 저마다의 독특한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겨울 동물원 식구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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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코트 귀마개 중무장 마쳤어 털 목도리와 조끼로 중무장하고 산책을 나온 오랑우탄이 관람객들에게 재롱을 피우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털코트 귀마개 중무장 마쳤어
털 목도리와 조끼로 중무장하고 산책을 나온 오랑우탄이 관람객들에게 재롱을 피우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경기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스타인 암컷 오랑우탄 제니는 겨울 외투에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어린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육사 이재만(38)씨의 품에 안긴 제니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롱을 피운다. 아이들은 제니와 악수를 하고 머리도 쓰다듬으며 즐거워한다. 이 사육사는 “열대 동물이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특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김이 피어오르는 물가에 일본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동물원이 2007년부터 마련해 준 인공 온천이다. 고향 생각이 나는지 아예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할아버지처럼 눈을 감은 채 온천욕을 즐기는 녀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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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 견디기 힘든 듯 서로 꼭 끌어안고 있는 황금 원숭이 가족(에버랜드 동물원).
혹한이 견디기 힘든 듯 서로 꼭 끌어안고 있는 황금 원숭이 가족(에버랜드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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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시원해 한파엔 온천이야 에버랜드 동물원 몽키밸리의 일본원숭이가 인공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으~ 시원해 한파엔 온천이야
에버랜드 동물원 몽키밸리의 일본원숭이가 인공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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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양이 겨울먹이인 건초를 먹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바바리양이 겨울먹이인 건초를 먹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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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들이 기린들에게 특식으로 식빵을 주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사육사들이 기린들에게 특식으로 식빵을 주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과천 서울동물원 야외 사육장에선 밀림의 왕 사자가 바위 위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다. 사자가 추위를 이겨내는 비결은 몇 해 전 들여 놓은 ‘온돌 침대’다. 25~30도가 유지되는 열선(熱線)이 바위에 깔려 있어 사자들은 따뜻한 온돌에 배를 깔고 겨울 햇볕을 맘껏 쬘 수 있게 됐다. 사자들의 ‘겨울 별장’인 셈이다.

겨울이 낯선 사막 동물들은 난방기구가 설치된 방 안에서 불을 쬐기 바쁘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이 고향인 미어캣은 뜨거운 태양을 생각하며, 굴 안에 설치된 열등(熱燈) 아래서 꼼짝도 안 한다. 사막여우들은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 몸을 덥힌다. 2~5마리씩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자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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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밀림의 왕자인 사자가 추운 바깥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선이 깔려 있는 야외 온돌 침대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열대 밀림의 왕자인 사자가 추운 바깥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선이 깔려 있는 야외 온돌 침대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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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약한 동물들은 내실의 온도를 섭씨 22~27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완벽한 난방시설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추위에 약한 동물들은 내실의 온도를 섭씨 22~27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완벽한 난방시설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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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들이 아기동물들의 건강체크를 하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수의사들이 아기동물들의 건강체크를 하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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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손기번 원숭이가 사육사의 품에 안겨 우유를 먹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흰손기번 원숭이가 사육사의 품에 안겨 우유를 먹고 있다.(과천 서울동물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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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육사가 비타민을 탄 더운물을 먹이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앵무새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육사가 비타민을 탄 더운물을 먹이고 있다.(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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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약한 기니피그가 개별 난방기가 설치된 우리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추위에 약한 기니피그가 개별 난방기가 설치된 우리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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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겨울이 더없이 반가운 북극곰이 수영장에서 젖은 몸을 털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추위와 겨울이 더없이 반가운 북극곰이 수영장에서 젖은 몸을 털고 있다(에버랜드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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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즐거운 바다표범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겨울이 즐거운 바다표범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추위와 겨울이 더없이 반가운 동물들도 있다. 영하의 날씨에 신이 난 바다사자는 마치 겨울 북태평양에 오기라도 한듯 수영장을 헤집고 다닌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얼어붙은 폭포수 아래서 자기들끼리 눈을 뿌리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북극곰은 활동력이 풍부해져 물에서 수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요 며칠 새 활동량이 부쩍 늘어 생닭을 하루에 두 마리씩이나 더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사육사 박정욱(35)씨는 “보온 못지않게 겨울나기에 필요한 게 영양 보충”이라고 말했다. 맹수들은 인삼이나 대추를 넣고 끓인 삼계탕을, 사막여우는 단백질이 풍부한 귀뚜라미, 갓 깨어난 새끼 앵무새는 비타민을 탄 더운 물이 겨울 특식.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름대로 월동 준비를 하는 야생동물과 달리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은 사람이 겨울나기를 도와줘야 한다. 원치 않은 타향살이에 동물원 식구들이 유난히 더 추위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정성으로 보살피는 사육사들이 있기에 동물과 관람객 모두 올겨울이 따뜻하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1-12-1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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